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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Mar 07. 2023

에어팟과 버즈를 허하라

업무몰입에 대하여

논쟁 전성시대다.

별의별 논쟁 중에 관심이 갔던 것은 에어팟 논쟁이다. 일하면서 에어팟, 즉 사과회사에서 나온 콩나물 대가리처럼 생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을 해도 되느냐?라는 찬반이 뜨겁다.


기존 기업들은 잘 모르겠고 젊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듯하다. '아 요즘 사무실은 그렇게 변했군요?' 라고 장탄식할 누군가가 여기저기 보인다. 라떼는 상상도 못 할 당연한 일인데~ 그게 논쟁거리가 된다고? 라며 털썩 주저앉을 만큼 인식의 간극은 제법 크다.


그게 어때서? 측은 이렇다.

일만 제대로 해낸다면 복장이나 사생활이 뭔 상관? 이어폰을 끼던 망치를 달던 집중이 더 잘된다는 데 그게 예의 차릴 문제임? 이라는 본심이 대번에 튀어나온다. 이게 요즘 세대만의 일이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M, X세대들의 1~20대 무렵도 사실 비슷했다. 당시에는 워크맨 열풍이 불어 방과 후 독서실에 가보면 이어폰을 끼고 공부하던 수험생들을 수두룩하게 목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차이점이라면 당시만 해도 살벌한 위계구조가 디폴트값이던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오면 새파란 신입이 이어폰을 끼고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돌은 짓'이었으므로 논란의 여지조차 없었다는 정도. 다만 귀를 틀어막고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더 잘된다는 믿음만은 하루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괴담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게 말이 되냐? 측은 이렇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라는 조직은 동료, 선후배와 함께 일하는 곳인데 귀를 틀어막음으로써 주변을 차단하겠다는 노골적인 시그널이 옳은가? 최소한의 예의 문제다 라는 입장. 물론 이어폰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관계없이 일관적으로 소통이 안 되는 사람 또한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건 대놓고 개인적 행동을 하겠다는 선언인데 그럴 거면 왜 단체 생활 하느냐? 라는 못마땅함이다. 특이한 점은 정말 음악을 들으면 집중력이 높아져? 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딱히 반박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아무래도 후자 쪽이다. 업무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 안 된다고 믿는다. X세대라 초록은 동색이라는 거냐? 싶겠지만 타당한 근거는 분명 있다. 우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효용성 문제다. 정말로 집중이 가능한가?라는 본질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을 들으면 본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믿음은 거짓에 가깝다.


인간의 뇌는 동시에 들어오는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브로카-베르니케 영역이라 불리는 뇌 속의 언어정보처리 체계는 동시에 밀려오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씩 순차적으로 처리하도록 만들어졌다. 마치 식도와 기도의 구조처럼 음식이 들어가면 식도가 열리고 공기가 들어가면 기도가 열리는 구조와 비슷하다.



이어폰으로 귀 전체를 밀폐를 시키던 그렇지 않던 평소 좋아하던 가사가 있는 음악이 나오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가사를 흥얼거리며 음악에 반응을 하기 때문에 정보처리에 있어 효율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주의력이 스위치를 껐다 켜기를 반복하듯 음악과 본업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나 리듬감이 없는 일정한 신호음의 경우 뇌가 정보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일정 부분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 일이 반복될수록 본업과 부업 사이 주의력 전환 시간이 빨라져 마치 동시에 정보처리가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여전히 어느 한곳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집중력 누수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껌을 씹으며 풍선을 불다가 갑자기 나타난 맨홀에 빠질 뻔한다던가 고속도로에서 통화를 하다 갑자기 멈춰 선 앞차를 들이박을 뻔한 일이 생기는 이유는 어느 하나의 행위에 주의력이 집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이는 사실에 부합한다. 고2 까까머리 시절,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면 더 잘 된다라는 독서실 옆자리 친구의 말에 혹해 두 달여를 졸라 아이와 워크맨을 손에 넣고는 당시 강남역에서 유행하던 길거리 인기가요, 팝송 테잎도 샀다. 드디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시도해 봤지만 웬걸, 집중은 커녕 리차드 막스의 now and forever 만 평생 기억에 남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개인 차이 아니냐?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나는 충분히 집중하고 있다 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사람의 일에 어디 하나로 수렴되는 정답이 있을까? 그렇게 믿는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서 만큼은 사실일 것(사실로 작용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다만 그런 일이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증거는 여기저기 널렸다. 아주 오랜 기간 '나는 귀를 차단하고 음악을 들어야 집중이 잘되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의 세뇌에 의해 마치 그런 것처럼 느껴질 뿐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는 분명 있다.


효과의 문제와 더불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문제도 무시할 일만은 아니다. 그렇게 귀를 틀어막고 온전히 개인시간을 누리고 싶다면 재택을 하던, 프리랜서를 하면 될 일이다. 일의 몰입은 매우 중요하지만, 아니 어쩌면 전부에 가깝지만 조직의 일에 있어 또 하나의 핵심은 바로 '함께' 라는 가치다.


쉬는 시간이라던가, 점심시간 등 온전히 개인을 위한 시간이라면 이어폰을 끼던, 헤드폰을 끼던, 헬멧을 쓰던 상관없겠지만 팀 플레이가 주축이 되어야 할 사무실 내에서의 업무 시간이라면 최소한 협업을 위한 열린 자세를 갖추는 것은 상식이고 그것은 하얀 콩나물 대가리로 귀를 틀어막는 일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Z세대를 미미미 세대라고도 부른단다. 오직 자기밖에 모르는 세대라는 뜻을 담고 있다나. 개인의 권리는 부르짖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외면하는 세대라는 비난도 있다. X세대 혹은 그 이상의 세대는 어떤가? 꽉 막힌 꼰대, 자신만이 정답인 줄 아는 고집불통이라는 인식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서로 괴롭고 불편하다.


물론 그 세대의 모든 사람을 싸잡아 비난하거나 혹은 반대로 칭송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이치에도 맞지 않다.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어떤 세대를 막론하고 제가 속한 커뮤니티의 기본룰과 상식에 반한다면 그것은 트렌드도 아니고 개성도 아니고 쿨함도 아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그 안에서 자신을 드러낼 때 개성으로 읽히지 않을까?


모두가 에어팟을 끼고 우리는 이렇게 일해라는 기본룰이 있다면 why not 이다. 반면 모두가 귀를 열고 협업하기가 기본룰인 조직에서라면 콩나물 대가리나 콩을 두 귀에 쑤셔 박은 누군가가 있다면 두눈박이의 세상에 착륙한 세눈박이가 되어 시선 집중되지 않을까?


'나 혼자만 산다'는 때때로 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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