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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Jun 01. 2023

세 번째 원고를 투고하고 쫄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책 원고를 약 6개월 만에 끝냈다.

세 번째라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두 권의 전작은 형편없다. 두 권 모두 1쇄도 소진 못했다. 다행히 두 번째 책의 사정은 조금 나은 수준이다. 운 좋게도 신문사며 방송사며 부름도 몇 번 받았고 대기업, 교육청 등 워크샵과 특강을 요청받기도 했지만 이제와 고백하건대 정작 타깃독자들은 왜 외면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MEET이라는 네 키워드로 조직문화의 문제를 잘 포착하고 정의했지만 그래서 어쩌란 건지 손에 잡히는 솔루션이 없다."

"회사에 대한 불만 80, 뜬구름 잡는 소리 20"

"저자의 직장 생활에 대한 푸념이 전부로 실제적으로 도움 되는 건 없음. 시간 아깝다아~"


싸늘하다. 무려 별점 1점을 준 독자평이 비수처럼 꽂혔다. 할 말은 없다. 이보다 더한 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겠다 싶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첫 번째 서평이야 이백프로 공감하고 인정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는 뭘까? 전 직장 문제점은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는데, 1점을 준 책을 끝까지 다 읽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혹시,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 비판의 당사자일까? 


쓰린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 보지만, 책이 형편없다!는 본질이 달라질리는 없잖은가? 


쓰레기라 칭하자니 그것을 내준 출판사는 뭐가 되나 싶어 함부로 내뱉지 말아야 싶다가도 쓰레기를 쓰레기라 부르지 뭐라 부르나 싶다. 실력이 늘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는 변명 따위 덧없다.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 

그런 기획력으로, 그런 글솜씨로 책을 내겠다고 덤벼든 무모함이 새삼스럽다.


참 환장할 일이. 막상 쓸 때는 모른다는 거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만만했다. 


"이번 책은 잘 될 거 같아?"

"그으럼! 두 권의 책으로 훈련이 충분히 됐다고!"


이 번엔 틀림없을 것이라고. 두 번째 책의 허점과 약점을 대대적으로 보완해 손에 잡히는 솔루션을 제시했으니 큰 출판사에서 '한 번 해보자' 먼저 손을 내밀 것이라고. 첫 번째도 그랬고 두 번째도 그랬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엔 투고를 하고 답을 기다리는 어제오늘 콩깍지가 완전히 벗겨졌다는 거다. 여기저기 허점이 보이고 과연 이런 기획이 시장에 먹힐까? 스스로 의심스럽다. 원고를 탈고하고 투고까지 완료하니 비로소 쫄리기 시작했다. 


'이거 안되면 어떡하지?'


그럼에도 어디선가 책 냅시다!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다리는 마음이란...

퇴사 후 3년 하고도 3개월. 어느새 2023년도 절반이 흘렀다. 여전히 수입은 제로에 가깝다. 강연료, 워크샵진행료, 인세 등이 들어왔지만 연봉으로 치면 최저 임금 수준도 못된다. 

글에서 손을 떼니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서일까? 원고를 쓰는 동안 의식적으로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베란다 밖으로 떠가는 구름을 한동안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고 옆 책장에 시선을 두니 [하버드 글쓰기 강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펼쳐보니 군데군데 손때가 묻고 책의 절반이 접혀 있다. 그 속에 3년 3개월 전 두려움반, 기대반으로 이 자리에 섰던 또 다른 내가 겹쳤다.  자리에 주저앉아 내리 120쪽을 내처 읽었다. 이미 네 번을 읽었음에도 새로운 대목이 많다. 


뾰족해졌던 마음이 뭉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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