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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Nov 22. 2023

바보 같은 브런치씨에게...

브런치는 바보 아닌가?


모든 콘텐츠가 

SNS로 유튜브 영상으로

블랙홀처럼 흡수되는 시대,

글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니...


예비 작가들이 

오직 글에만 집중하도록

UI를 만들고 광고 하나 붙지 않는다니...


수익은 어디서?

라는 의문이 이용자들을 통해 

나올 정도면 말 다했다


그렇다고 

당신들이 뭐 

대단한 글에 대한 헌신,

책 산업에 대한 사명감 따위로

이 일을 기획하고 론칭했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이곳은 

책이 팔리지 않고 읽히지도 않는 시대에

작가를 꿈꾸는 혹은 글에 미련이 있는

그 역시 바보 같은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었으니까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약 5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한 번은 떨어지고 두 번째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 후로 열심히 글을 써서 올렸지만

재능도 없고 작문 기술도 없는 무명 글쟁이의 글은

별로 읽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탈퇴하고 다시 신청하고를 세 번 반복하고

이제 어느 정도 정착을 하게 됐다

써 올린 글도 꾸역꾸역 100개에 도달했다.


브런치는 나 같아서 좋았다

온통 돈 버는 법, 부동산, 주식 따위에 열광할 때

퇴사에 결혼생활에 고부 갈등에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명절전날 전 냄새 풍기듯 정겨운 면모가 마음에 들었다


브런치에는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다는

비아냥에도 꿋꿋이 처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꿈쩍 않는 미련퉁이로 보였다.


그런데 진짜 위기가 닥쳐온 모양이다. 

모기업 격인 다음-카카오가 심상치 않다

하... 이렇게 되면

브런치도 나가린데...


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이유는 뭘까?

이미 그 전조는 있었다. 브런치 스토리 뷰 등 

다음 포털 활성화를 위해 취해졌던 사업적 조치들이

통폐합되거나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돈이 안되면

그 즉시 사업철수를 주저않는 자본주의 세상에

엄연한 회사라는 측면에서의 그 속사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브런치라고 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의 대대적인 개편 역시

그 몸부림의 한 단면으로 읽힌다


최인철 교수, 마케터 숭님 등등

이름만 들으면 아! 하는 네임드 필자들도

모셔온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돈이면 다되는 세상에

오직 글만으로 살아남겠다는

가련한 고집 같은 것...


글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며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미지의 길을 걷는

바보 같은 중년 글쟁이에게

어쩌면 그때의 나를 보는 것 같은 애착과 짠함을 느꼈다면

지나친 감정이입일까?


사업들이 통합되고 날아가면서

내부에는 구조조정 이야기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실행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돈도 안 되는 거 왜 붙잡고 있느냐? 

모진 소리를 들었을지도,

아니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절반이 넘는 세상

아이들의 문해력이 OECD꼴찌를 자랑하는 세상


그런 세상은

더 깊어질 수 있을까?


영상과 SNS의 세상에서

부디 글만을 위한 이 공간이 왜곡되거나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마존 우림처럼 지구에 마지막 청정 구역으로 남아

글과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진정성을 붙들고 

묵묵히 제 길을 가길 바란다.


그 어디에도 없을 유일한 글 쓰기 플랫폼이란 정체성이,

사람으로 향하는 인간미가

어쩌면 팍팍한 미래에 숨통을 틔워주는

핫한 트렌드가 될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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