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릭스 leex Apr 08. 2024

브런치에 미래가 있을까?

브런치가 좋았다. 광고도 안 넣고 글쓰기로만 승부 보겠다는 우직함이 좋았고, 어딘지 나와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글쓰기로 살아보겠다며 17년 차 직장인의 삶을 포기하고 글과 함께 생활한 지 4년.


년 8월부터 쓴 글이 130여 개를 넘었다. 메인에 올라간 글도 여럿 있고 감사하게도 구독자 800명이 넘었지만 공들였던 브런치북 연재를 마무리하고 현타가 와서 한동안 브런치를 멀리했다.


직장인 시절 글쓰기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작가 되겠다며 브런치에 신청해 재수 끝에 합격한 게 어언 6년 전. 나름 자신도 있었다. 회사에서 글 잘 쓴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으므로.


처음 3~4개 글이 브런치 대문에 올라가고 조회수가 폭발하면서 이러다 유명인 되는 거 아니야? 부풀기도 했었다. 그런데 착각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내 글들.


알고 보니 첫 글을 올리면 동기부여 좀 되라고 별 내용도 아닌데 한두 번 우쭈쭈 해주는 모양이었다. 이후 아무리 글을 열심히 써 올려도 조회수 100을 넘기 힘들고 구독자도 늘지 않는 수개월을 참다 참다 탈퇴하고 말았다. 그러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또 아련해져 다시 신청해 합격하고 또 좌절 후 탈퇴하기를 무려 3번. 이게 뭔 짓인지.


작년 여름 4번째 승인을 받고 올해 3월까지 참 열심히 글을 썼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글로 먹고살아야 하는 반백(나이가 50 근처라, 머리가 반 흰색이라, 반백수라)의 길에 들어서 돌아갈 다리를 제 손으로 불살랐으니...


브런치 자체의 수익은 하나 없어도 글을 써서 올리고 반응이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곳에서 발가벗은 심정으로 테스트받는다고 여겼다. 똥 같은 글을 써재끼면서 보석 같은 글을 못 알아본다며 뭇사람들을 탓하는 무지성에 빠지지 않기를 경계했다. 글이 호응을 얻으면 얻는 대로 못 얻으면 못 얻는 대로 실력 탓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브런치가 야심 차게 시도한 변화 때문이다. 작년, 별안간 작가들에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응원댓글 제도를 실시하겠다 공지하고 파일럿을 진행했다. 브런치 네임드 작가들은 속속 별도로 마련된 연재란에 글을 올리고 실제 원도 받기 시작했다. 2개월쯤 흘렀을까? 브런치에서 제안이 왔다. 당시 연재하고 있던 <밑 빠진 회사 탈출하기_실전편>을 시험 연재해 보겠냐는 제안. 마다할 이유 없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브런치의 알고리즘에 간택되어 다음 메인에 오르는 글들을 제외하면 평균 2~300건이던 조회수, 30개 남짓한 라이킷수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선택된 작가들만 연재를 할 수 있던 당시 요일 별 최대 8~10명의 작가들만 글을 올렸으므로 하루종일 1면에서 글이 사라지지 않고 노출되었다.


그 결과 글당 평균 6,000~9,000 조회수와 90~100개 남짓 좋아요가 달렸다. 댓글도 10~15개씩 달렸다. 응원 댓글도 여럿 달렸다. 이제 내 글이 인정받기 시작하는 건가 가슴부풀던 꿈의 시절은 정확히 5주간 이어졌다.


정식 서비스 오픈에 임박해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은 작가들이 전원 연재게시란에 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조회수와 라이킷, 원댓글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것. 파일럿 기간 동안 사실상 메인 1면에 내 글을 정기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는 '자리'라는 혜택을 얻었던 셈이다.


사이 글이 급속히 구려거나 내용이 달라진게 아니라면, 적어도 이곳에서는 '의 수준보다는 결국 노출의 힘이 반응을 이끄는구나'라는 깨달음, 이래서는 내 글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들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브런치에는 쓰는 사람만 있고 읽는 사람은 없다고. 하여 서로 구독해 주고 댓글 달아주고 후원을 주고받는 품앗이로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가 비일비재하다고.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없으나 합리적 의심은 든다. 읽는데만 최소 5분은 걸릴만한 내용의 글을 올리자마자 1초도 안되어 좋아요를 정기적으로 달아주는 '좋아요 ' 들 때문이다. 처음엔 마냥 고마웠더랬지.


물론 이곳에도 글의 힘만으로 메인에 오르고 에디터의 픽을 받고 수천, 수만의 구독자를 만들고 공감을 받는 실력 있는 작가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작가가 눈에 띈다면 그의 글을 천천히 읽고 음미하고 그때서야 좋아요와 댓글을 달 것이다. 부정 피드백도 포용할 있는 사람이라면, 감히 지적도 할 것이다. 그리고는 그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내게도 가르침을 달라고 애할 것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브런치에 남게 된다면,


나는 진짜 글쟁이가 되는 일에 목마르다.



작가의 이전글 일요일 저녁, 빨리 출근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