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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Jul 16. 2024

5149의 법칙

1장. 直격_ 자기인식 2_ 자기객관화

이런 말 들어봤지?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신념을 가질 때 제일 무섭다


이걸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 표현하면

'더닝-크루거' 효과라더군

이 그래프로 보면

책 1권만 읽은 사람(쌩초보)의 자신감은 100%에 수렴해

그러다 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더 깊이 공부하면 할수록 비로소 깨닫게 되지


'아~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자신감은 다시 수직 하락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감을 가지는 건 좋은 일이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그런 자신감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문제는 자신감에 충만한 나머지

더 깊이 있는 탐구로 이어지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 때 생겨


대체로 인간은

현재의 자신을 완성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거나 적어도 부족하지는 않다

라는 근거 없는 자기 과신에 빠져있다고나 할까?


대학 졸업만 해도

마치 세상을 다 산 것 같고 심지어 달관했다고

까지 여기는 허세쟁이들도 수두룩해


너무 무능해서

자신이 무능한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직장에서, 사회에서 종종 보게 되는 이유야


나 역시 그랬지

객관적으로 최고 수준의 스펙을 가진 것도 아니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능력을 증명할

결과물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2~30대의 나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스스로에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자기 과대화에 빠져 있었어


내가 알고 있는 것, 진실이자 진리로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주관적 의견이 반영되면서 왜곡된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게 된 건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어


그렇다고

'나이 듦 = 지혜로워진다'

라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한다는 말도 아니야

나이 들수록,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오히려 귀를 닫고 오직 나만 정답이다! 를 외치는

권력형 꼰대들이 대거 양산되는 시기이기도 하지


그렇지만

누군가의 '현재'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과거의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일 뿐이고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겪은 시간이 많을수록

 총합으로부터 얻게 되는 통찰 역시 

비례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역사적으로

장르를 망라한 위대한 예술가들의 전성기가

거의 예외 없이 인생의 중후반기에 도래했고

그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들 중에 후세에 길이남을

명작이 유독 많다는 사실 역시

결코 우연은 아닐 거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라는 말이 있어

백전불패 아니냐고? 아니!

자신과 적을 잘 안다는 사실만으로

전쟁에서 백 프로 승리할 수는 없지

다만 쉽게 위태로워지지 않을 따름이야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문장조차

애초의 뜻에서 벗어나

잘못 알려진 경우는 또 얼마나 흔할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작가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어

나이가 먹을수록 지난 시간을 공유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과거를 더듬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같은 일에 대한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놀라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 각자의 상상력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행복론]의 저자이자 위대한 철학자인 세네카 역시 이렇게 말했어

자기 얼굴에 있는 커다란 땀구멍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얼굴에 있는 뾰루지는 눈에 잘 띄는가? 이는 온몸에 흉측한 곰보 자국이 난 사람이 아름다운 육체에 있는 작은 주근깨와 사마귀를 보고 비아냥 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진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인간은 스스로는 물론 자신이 몸담은 조직 전체를

위태롭지 않게 할 수 있어




5149

라는 숫자를 기억해


51의 비율로 확신하고

49의 비율로 가능성을 열어 두라는 뜻이야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의지, 자신감, 자존감 따위를 잃지 않는 구심력

변화하는 외부 세계에 대해 신속하고 유연성 있게 대처하는 원심력

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해


우리는 예외 없이 불완전한 존재야

죽을 때까지 완전함을 추구할 수는 있어도

결코 그에 도달할 수는 없어

스스로 완벽주의자라 일컫는 사람치고

완벽 근처에도 못가는 사람들은 수두룩해


책 한 권만 읽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떠들어봤자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핀잔이나 들을 뿐이야


신입다움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 이 시점이야 말로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가장 거리가 먼

시기이기도 해


뭘 모른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를 제외한 모두의 눈치를 살피고

잔뜩 몸을 낮추고 있을 테니까


다만,

시간이 흘러 조금만 익숙해져도

내가 고작 이거 하려고 여기 왔나

자괴감이 몰려올 때가 올지도 몰라


조직의 논리, 전통이란 명분으로

뭔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칙, 패턴이 보이고

나라면 저렇게 안 할 텐데 싶을지도 몰라


그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겠다는 심지를 굳게 하되,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품을 수 있기를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것 같더라도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바닥에 다다르면

반드시 다시 올라갈 수 있음을 믿기를


그렇게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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