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릭스 leex Jul 09. 2024

먼저, 이기주의자가 돼라

Ⅰ장. 直격 _ 자기 인식 1_ 책임감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지금은 이기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어

응? 뭔가 이상한데? 이 무슨 자가당착이냐고?


우선 앞의 이기주의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이(利)기주의를 뜻해

자기밖에 모르는, 제이익만에만 눈이 먼

환영받지 못할 성품말이야


3대 독자 집안에 장남으로 태어났는데,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첫 손자를 귀하게 여기는 할머니 손에 자랐지

그렇다고 금지옥엽 떠받들어졌다는 건 아니고,

동생 둘에 비해 모든 일에 우선순위였다 정도?


받는 게 당연했고 베푸는 데 인색했어,

아니 베풀 필요가 없었지

대학생 때는 3년 넘게 과외를 했는데,

대학생 치고 꽤나 큰돈을 벌었음에도

동생들에게 용돈 한 푼 쥐어준 적이 없어


철이 들고 각자 가정을 이루고

어느 해 명절에 모인 동생들이 그러더라구

서운했다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라

미웠다고

자라면서 그런 일들이 수두룩했다고


나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어

어쩐지 나만 빼고 둘이서만 속닥거리는 일이 잦다 싶었지만,

그 정도의 원망을 품고 있었을지

짐작도 못했으니까


대학 때도 아웃사이더에 가까웠고

회사에 입사해서도

나는 나를 잘 모르는 상태로 회사를 다녔어

5년쯤 되었을 무렵에야 겨우 친해진

몇몇 동료,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그러더군


"너 진짜 처음에는 건방지다고 생각했어.

마주쳐도 인사도 없고.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싶었지"

"그러게 말이야. 표정도 늘 화난 사람처럼 딱딱하고,

언제 한번 혼내줘야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지극히 내향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한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비호감 독불장군 이미지로

불쾌감을 주고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어


역시나 충격을 받았지


"그래도 오래 알고 보니까 꽤 괜찮은 놈이더라."

다행히 [... 그리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해피엔딩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무려 5년간

나에 대한 타인의 불편한 시선을

까맣게 모르고 지냈다 생각하니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이었지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가 있어

그 무엇보다 내가 먼저고 우주의 중심은 다름 아닌 나지

자기중심, 더 나아가 이기주의는

어쩌면 생존을 위한 원초적 본능에 가까운지도 몰라


내 경우 자라온 환경이

자기중심성과 이기심을 더 극대화한 셈인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서, 지적해주지 않아서

(물론 양보해라, 나눠라 따위

상식 수준의 훈육이 있었을 테지만)

어린 시절의 사고와 행동을

교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로

사회에 나오는 경우는 꽤 많을 것이라고 봐


그나마 다행인건,

내 경우 선천적으로 공감능력과 양심이 결여되어

교화의 여지조차 없는 종족은 아니었단 점이야


일반적으로

결정적 계기가 있을 때 변화는 시작 돼

동생과 회사의 동료들로부터 받은 충격은

이전의 나에 균열을 일으켰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을 시작한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지


그렇다면 모두가 이기주의를 버리고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할까?

이기심, 자기중심적 사고는 무조건 나쁘고

하염없는 이타주의만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일한 가치일까?

글쎄, 그런 생각에도 동의할 수 없어


자기 자신을 단단히 하고 일으켜 세우는

자존감이라는 본질에서

일정 부분의 자기중심, 이기심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야

나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은데,

타인의 행복을 바란다는 말만큼

공허한 위선이 또 있을까?


분명한 건

이전의 이기주의자에서 벗어나고 싶어 졌다는 거야

자기만 좋으면 그만인 극단적 이기주의는

반드시 그 주변을 황폐화하게 되어 있어

혼자 살겠다고 설칠수록 다 같이 죽는

lose-lose 게임이 되기 쉽지


그 자명한 진리를 깨달은 순간

결심했지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기로

첫 번째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以기주의

바로,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뜻의

써이(以)를 쓰는 이기주의자로 말이야


성과도 실패도 모두 내 탓,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이야말로

나 자신의 주체성과 타인과의 관계까지를 건강하게 보듬는

보다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라고 믿게 됐어




우리는 타인은 물론 인격이 없는 대상에도 책임을 돌리는 일에 익숙해


"옷이 작아졌다"라는 말 들어봤지?

아마 나 스스로도 몇 번은 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옷이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진거잖아?

결국 "내가 커졌어"라고 하는 게 맞지

옷은 죄가 없어 그 사이즈 그대로거든

(물론, 세탁을 잘못해서 옷 자체가 줄어드는 일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특수성은 제외하자고)


실패나 고난을 맞닥뜨렸을 때,
불편불만을 늘어놓거나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남을 질투하는 것만큼 초라한 일도 없다.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경영 구루로 알려진 이나모리 가즈오는

남탓하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미 꿰뚫고 있었던 모양이야


"가!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라며 낙엽을 뿌려대던 왕년의 음료 CF가 있었어

젊은 시절의 정우성과 중화권 스타인 장쯔이가 열연을 했지



물론 그 대사는 진심이 아니었어

실상은 모종의 이유로

여자친구가 자신을 포기하게 하려는 연기였지만


현실은 CF와는 사뭇 달라

내가 아닌 상대를 원망하며

마침내 모두가 상처받는 일들은 얼마나 잦을까?


서로 좋아서 만나 가까워지게 된 연인사이조차

상대방 탓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는 급속히 무너져


하물며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공적 이유로 함께 일할 뿐인 회사 조직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나를 주체적으로 똑바로 세운다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고


~때문에가 아닌

~불구하고 로 말하는

인간유형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잊지 않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쫄지마. 그냥 처음 입사하는 것뿐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