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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2. 단상

오늘의 단상을 두서없이 나열합니다

by 능금아리

스무 번째 손톱달이 뜨던 밤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쓸어 올리던 손길에

생채기가 피어나 쳐다본 손끝에는

언젠가 잘라냈던 손톱이 자라 있구나, 이만치.


우리의 시간은 죽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데

가슴 한 켠에 살아있는 너는 나를 할퀴고 찔러

기억을 죽여서 추억이 되어 자라나게 하는구나

잘라도 잘라도 자라는 너는

모두 뽑아버리면 더 자라나지 않을까

그러면 가슴속에 납작하게 가라앉은

다른 기억들도 집어 올리지 못하게 될까?


체념과 원망이 뒤섞이는 밤

언제나처럼 하릴없이 깨어있는 내게

지독하게 깊은 고민을 남긴 채 잠들었구나,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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