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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한동안 흐르던 멜로디 더이상 흐르지 않고

by 능금아리

무거운 마음으로 밤을 지새운 채,

기차역으로 가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기차표를 샀다.

어디로 가는지는 보지도 않고.

어디로 가든, 그 끝에 너를 두고 오려했다.

그곳은 우리가 가본 적 없는,

처음 듣는 낯선 이름의 장소였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모든 곳에 네가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나뭇잎 사이에도

목적지까지 비어있던 옆자리 의자에도

즐겁게 떠드는 라디오 소리를 꽂은 귓가에도.


수많은 너를 데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목을 축이고 남은, 녹다 남은 얼음만 가득한 일회용 커피잔을 버리듯 너를 두고 왔다.

한참을 망설였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더 이상 내가 살아내기가 힘들 것 같아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며칠을 잠들지 못해 피로에 찌든 몸 때문인지,

일부를 떼어내서 저리고 아린 마음 때문인지

헛갈렸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벤치로 돌아갔다.


저만치에서 점점 커지면서 들어오는

기차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점점 초조해져 갔다.

결국, 아이를 잃은 부모가 된 심정으로

너를 두고 온 곳으로 달려갔다.

아무리 찾아도 그곳에 너는 없었기에

맥이 풀려버린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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