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부재, 그리고,
소통의 부재.
무리에 어울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순간에도
너와 내가 나란히 마주 앉아
서로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오롯이 홀로 남겨진 시간에도
그 어느 때에도. 그 어디에서도
우리는 외롭지 않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갈망하지만
정작 함께 있는 순간에도 홀로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내뱉는 말들 중
타인에게 의미를 가지고 가 닿는 것들은 손톱만큼
너에게, 혹은 너희에게 말한 문장들은
고작 몇몇의 단어들로 적나라하게 해체될 뿐.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외친다.
대화가 아닌 읊조림이란 걸 알아도
외로움의 순간을 견딜 수가 없는 이유에서,
기회만 주어지면 어떻게든 말을 내뱉는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 상대가 헤어진 연인이라 할지라도.
지나가는 비둘기들에게라도.
하지만, 일방적인 소통의 시도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감정은 우리 안에 쌓여만 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욕구불만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욕구불만은 더 큰 외로움을 부르고,
외로움은 또다시 소통을 원하고.
끊임없는 악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