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없는 것들 열 가지

by 허일리

베를린에 산지 21개월째. 한국에서는 흔했는데 베를린에서는 찾기 어려운 아이템들이 불현듯 떠올라서 몇 가지 적어본다.


1. 호텔식 뷔페와 시즈널 식음료 프로모션 (딸기뷔페 등)

한국에서는 가끔 가족들끼리 호텔 뷔페에 식사를 하러가고는 했었다.

차가운 전채요리부터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의 다채로운 조화가 얼마나 풍성했던지.
물론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모두 기본 이상은 했기 때문에 취향이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구색이 갖춰져 있었다.

몇 주 전에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는데, 베를린에서는 '아시아 음식 뷔페', '브라질 음식 뷔페' 등의 테마별 뷔페는 있지만, 우리가 흔히 한국에서 접했던 느낌의 고급 뷔페는 아쉽게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계절별로 찾아오던 딸기뷔페, 망고뷔페 등의 시즈널한 프로모션도 없다.

물론 각 호텔별로 소소한 이벤트는 있으나, 호텔 업계 전체를 관통하는 트렌드는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일 것 같다.


2. 아인슈패너와 같은 크림이 든 카페

언제부터인가 한국 카페 신에 혜성처럼 등장한 아인슈패너. (아마도 2018년 이후?)

이름이 꼭 '아인슈패너'는 아닐지라도 한국의 힙한 카페에 가면 크림이 들어간 라떼가 꼭 하나쯤은 있는데, 베를린은 그렇지 않다. 일부 카페에서 판매를 하고 있기는 하나, 한국식 아인슈패너의 느낌과는 다르고 메뉴 자체가 흔하지 않다.


3. 달달한 녹차라떼

베를린에 처음 왔을 때 카페 메뉴판에 녹차라떼가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워서 몇 번 시켜봤다. 열 곳 중에 대여섯 군데 정도는 있는 느낌이니 꽤 흔하다. 그러나 베를린의 녹차라떼는, 우리가 아는 그 맛에서 설탕을 완전히 뺀 맛이다. 언제부터 누가 주축이 되어 유행을 시켰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에겐 꽤 생소한 맛이었다. 아마 독일에서 오래 살던 사람이 한국에서 녹차라떼를 마셔보면 반대로 컬쳐 쇼크를 받을 것 같다.


4. 밤 늦게 영업하는 카페

이건 비단 베를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 독일 전역에 해당되는데 (if not 유럽), 유럽에서는 카페의 영업시간이 한국보다 현저하게 짧다. 아침 일찍 열어서 4시-6시에 닫는 경우가 제일 흔하다. 물론 기차역 안 스타벅스처럼 특수한 경우라면 밤 10시까지 하는 경우도 있으나,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저녁을 먹은 뒤에도 카페에서 2차를 하고 헤어질 수가 있는데, 베를린에서는 6시가 넘으면 카페는 못 간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 카페에서 혼자 놀기를 즐겨하던 나에게는 일상 속 큰 즐거움이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5. 스터디 카페

밤 늦게 영업하는 일반 카페도 없으니, 스터디 카페와 같은 특수한 분야는 당연히 없다. 와이파이가 있고 콘센트를 꽂을 수 있는 업무하기 좋은 카페는 알음알음 있으나 (이조차도 희귀하다), 학생들이 몇 시간씩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한국식 스터디 카페는 없다.


6. 독서실

독서실도 없다. 시립 도서관, 대학부설 도서관 등 도서관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내 기억에 한국의 독서실은 동네마다 있고, 아침 일찍 열어서 밤 늦게까지 (새벽 2시?) 영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의 도서관은 당연히 그렇게까지 영업 시간이 길지 않다. 사는 곳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 것도 복이다.


7. 상설 스트리트 푸드 마켓

마크트할레 노인같은 대형 홀 안에 있는 푸드 마켓은 여기저기에 있으나, 야외이면서 상설인 스트리트 마켓은 보지 못했다. 여기에서는 푸드 마켓이 시즌제/요일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8. 펫샵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펫샵 (반려동물 물품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자체를 분양받을 수 있는)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베를린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독일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절차가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고, 스트릭트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는 업종이다.


9. 편의점

마치 수퍼를 미니사이즈로 축소해놓은 듯한 편의점. 유럽에서는 폴란드와 덴마크에서밖에 보지 못했다. 베를린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퍼는 많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의 편의점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슈패티가 독일식 편의점이라고 하는데, 취급하는 품목이 너무 적어서 편의점과는 비교 불가이다. 주로 간단한 음료, 술, 담배 등을 파는 곳이고 가격대가 매우 높다. 밤늦게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가는 곳이다.


10. 무인 상점

한국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무인 문방구 등이 많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베를린에서는 본 적이 없다. Amazon Go처럼 고도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설치를 하지 않는 이상, 도난 문제 등으로 아마 여기에서는 상용화되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리스트는 채우기 나름이라 백 개면 백 가지 다 채울 수 있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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