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한국보다 맛있는 것들 열두 가지

by 허일리

독일에서 산지 21개월 차. 적게 잡아서 한 달에 평균 수퍼마켓을 5번만 갔다고 쳐도 총 방문 횟수 100번을 돌파한 시점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외식 횟수가 현저히 적고,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 달에 수퍼마켓을 평균 7회 정도는 가는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독일 수퍼에 있는 모든 아이템들을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독일살이 21개월차로서의 경험담을 풀어본다.


리스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A. 당연히 한국보다 맛있어야 하는 항목들과, B. 예상하지 못 했는데 한국보다 맛있는 것들이다.


A 리스트에 해당하는 아이템들은 다음과 같다.

1. 소세지: 말이 필요 없다.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종류가 많다. 다만 아직도 도전하지 못 해본 항목들은, 병 안에 들어있는 소세지들. 나는 보통 육류 신선실 옆에 있는 코너에서만 소세지를 산다. 한국에서의 소세지는 육"가공품"이라는 느낌이라면, 독일의 소세지는 "육"가공품으로, 먹기 쉽게 변형된 고기의 느낌이 더 강하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소세지를 찾는 재미가 있다.


2. 맥주: 맥주도 당연히 맛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요새는 여기도 제로 알코올 바람이 불어서 제로 맥주도 많이 나온다. 우리 집은 Radler (레몬맛이 나는 가향맥주)를 즐겨 마시는데, 이것도 제로로 나와서 많이 쟁여두는 편이다.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여기서는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330ml 짜리 캔이 흔하지 않다는 점. 500ml 짜리가 가장 흔하다. 기분 낼 정도로만 살짝 마시고 싶은데 큰 캔밖에 없을 때 참 난감하다. 맥주를 남겨서 버릴 때 마음이 아프다.


3. 건강 빵: 독일 사람들의 빵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물론 페스츄리 종류는 프랑스가 갑이지만 (Viennoiserie), 건강빵 종류는 독일이 정말 많이 발달돼있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이 해외에 가면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이 빵 종류이기도 하다. 독일에서의 빵은 한국의 밥에 비견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아무 단 맛이 없으니 참고하자. 다만, 건강 빵을 제외한 빵들은 독일이 크게 맛있는 것을 잘 못 느끼겠다. 한국의 제빵 수준도 높아졌고, 종류도 훨씬 더 다양하다고 느낀다.


4. 요거트: 유럽에서는 몇 천 년 동안 유제품을 먹어왔으니, 요거트는 당연히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맛있지만 그리 놀랍지는 않다. 수퍼에서 무엇을 집어도 한국의 요플레보다는 맛있다. 맛도, 용량도 한국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크게는 1kg짜리도 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수퍼에서 쌀포대를 보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싶다. 자매품으로 치즈도 당연히 독일이 훨씬 더 맛있다.


5. 뮈즐리: 콘프레이크를 뭉쳐놓은 것 같은 뮈즐리. 한국에서 먹은 뮈즐리는 굉장히 달아서 거의 과자 같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곳의 뮈즐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건강한 맛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레스 슈거 제품들도 많이 나온다.


6. 초콜릿: 초콜릿도 개인적으로는 독일의 초콜릿이 훨씬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일하게 그리운 아이템이 있다면 롯데에서 나오는 드림카카오 (플라스틱 통 안에 든 것). 통 안에 든 껌은 흔한데, 통 안에 든 초콜릿은 본 적이 없다. 수퍼에 가면 아주 저렴한 PB 상품부터 고가의 상품 (린트, 모차르트 초콜릿, 메르시 등)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마음이 흐뭇해진다.


7. 젤리: 하리보의 종주국인 만큼, 젤리도 맛과 모양이 다양하다. 하리보 외에도 다른 브랜드들도 많다. 나는 사실 다른 간식들에 비해서 젤리는 크게 관심이 없는 타입이었는데, 여기에 와서는 젤리에도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처음에 비건 젤리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젤리가 기본적으로 비건이 아니었어?


8. 되너 케밥: 터키계 이민자들이 독일에서 창조한 되너 케밥.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자장면과 비슷한 궤를 갖고 있다 (화교들이 한국에서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유사). 케밥 집은 꼭 베를린이 아니더라도 독일 어느 도시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왠만하면 실패하기 힘든 아이템 중 하나다. 외식 아이템 치고는 저렴한 편이고 (베를린 기준 5유로에서 8유로 선) 빠르게 먹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B. 예상하지 못 했는데 한국보다 맛있는 것들 에 대해서 적어본다.


9. 돼지고기: 한국보다 잡내가 덜하고 저렴하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다. 소고기는 한우가 압승인데 (가성비로는 독일이 압승), 돼지고기만큼은 독일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목살이 특히 맛있다.


10. 맛밤: CJ제일제당에서 나오는 맛밤과 유사한 아이템이 독일에도 있는데, 훨씬 덜 달아서 내 입맛에는 딱이었다. 한국에서는 제일제당에서 나오는 제품밖에 보지 못했는데, 독일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깐 밤을 판다. 나는 Al Natura (유기농 수퍼마켓)에서 사봤었는데 Maronen 이라고 표기가 되어있다.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추천할만한 품목은 아니고, 거주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11. 마요네즈: 한국에서보다 더 신선하고 크리미한 맛이 난다.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토마토 소스, 마요네즈 등이 튜브 안에 든 경우가 있는데, 어떤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은 것도, 큰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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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머스타드: 한국에서는 허니 머스터드밖에 거의 보지 못했는데, 종류도 많고 훨씬 더 고급진 맛이 난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체리, 레몬, 생강, 살구, 오렌지 등 다양한 맛이 있고, 단순히 달기만한 맛이 아니라 첫 맛은 단데, 은은하게 매운 끝맛이 정말 매력적이다. 1년 전 쯤 처음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작은 사이즈로도 팔기 때문에 주변에 뿌리는 선물로 사가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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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난 21개월간 독일에서 살면서 한국보다 독일이 더 맛있다고 느낀 식재료들을 살펴봤다.

슬픈 사실이 있다면, 이 열 두가지조차 굉장히 머리를 쥐어 짜내서 생각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 살면서 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수도 있으나, 이 리스트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는 한국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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