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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씨씨s Feb 27. 2024

가야, 바르바레스코 2018

여왕은 깨어나지 못했다.

두 번째 블라인드 와인. 나는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아서 빈티지 말고는 모두 틀렸다. 그래도 +1점을 획득해서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맛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다시 맛을 보았다. 내게는 너무나 맛있는 와인인데 와인을 준비한 점장님은 못내 아쉬워했다. 그리고 정체가 밝혀졌을 때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피에몬테의 여왕 바르바레스코.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와이너리인 가야의 와인. 회식 와인 라인업 중에서 압도적인 최고가이다.


와인의 색은 적갈색이 도는 루비색으로 깊은 그라데이션을 보여준다. 맛은 농축된 검붉은 과실 향과 장미와 감초향이 어우러져 긴 여운을 보여준다. 산도가 선명하고 감칠맛이 계속 돌면서 부드러운 타닌감과 조화를 이룬다. 이전에 마셨던 바롤로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우아하다는 느낌이 든다.


분명 훌륭한 와인이지만 가격을 알았을 때는 의아한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까지 압도적인 느낌은 안 들었는데, 점장님 말에 의하면 회식 4시간 전에 미리 오픈했음에도 와인이 덜 열렸거나 보관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결국 여왕이 가진 잠재력을 모두 깨우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왕님을 깨우기 위해 더블 디캔팅까지도 한다고 하니 조금은 안일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회식 인원들 모두 깨어나지 못한 여왕을 아쉬워했으나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그저 다음 회식날을 다시 기대하는 수밖에.


20240222. 가야, 바르바레스코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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