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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씨씨s Apr 08. 2024

2024.04.08

운동화와 벚꽃

조금은 가볍게 부담 없이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소소하게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매거진 제목을 '허씨의 일기'로 하려다가 너무 밋밋해 보여서 '허씨의 순간들'로 정했다. 일기는 결국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니까. 매일까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자주 매거진을 하나하나 채워보려고 한다.


사건 그리고 그에 따라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 삶에서 겪는 순간들은 크게 보면 이 두 가지 종류로 구성되는 것 같다.


오늘은 홀로 새 운동화를 사러 가는 길에 양재천 주변에 핀 벚꽃을 봤다. 그저께와 어제 주말에는 벚꽃이 완전히 절정이었는데 오늘은 살짝 저물어가는 기운을 느꼈다. 살짝 더위도 느껴지는 것이 이제 겨울옷은 완전히 수납장에 넣어도 될 것 같다.


요즘 들어 여러 일들이 잘 풀려서인지 따듯한 봄기운과 벚꽃길 풍경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누군가와 이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오랜만에 들른 러닝화 전문샵에는 신상품 라인이 많이 입고되어 있었다. 스위스 브랜드의 검은색 운동화를 구매했다.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고 푹신푹신한 쿠션감도 너무 좋다.


박찬욱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신는 신발은 '구원'을 상징한다. 물론 대부분 그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끝내 구원되지 않고 더 큰 비극으로 치닫게 되지만.


삶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라고, 삶의 비극성 자체는 분명 피할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이라는 땅을 딛고 바로 서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있는 일이라는 관점이 영화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신발을 신는 현실에 맞서 서있위한 가장 기본 단계인 것이다.


짧은 봄날의 휴일을 마치고 내일은 다시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오늘 산 신발을 신고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바로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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