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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씨씨s Apr 17. 2024

2024.04.17

3일의 휴식

토요일, 일요일 연속된 주말 근무를 마치고 맞이한 월, 화, 수 3일의 휴식.


월요일에는 고등학교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었고, 화요일에는 아무도 없는 상영관에서 홀로 조조 영화를 관람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수요일에는 오후에 헬스장만 잠깐 다녀오고 집에서 내내 뒹굴거렸다. 당연히 이 외에도 날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당장 인상 깊게 기억나는 건 이 정도인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학습반장이었고 그저께 만난 친구는 생활반장이었다. 희한하게도 3학년 2학기가 돼서야 비로소 친해졌는데, 지금까지도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친구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른 저녁 시간에 만나 서로 근황을 전하다 보니 각자 좋은 일들이 가득해 기분이 좋았다. 그에 따라 술도 술술 들어갔다. 오랜만에 코인 노래방을 갔고 새로 생긴 배스킨라빈스에서 와플콘컵을 하나씩 먹고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딱 씻고 잠들기 좋은 시간이라서 아주 깔끔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근황이 좋다는 건 역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요새 너무 들떠있는 것도 같다. 기쁨도 괜히 너무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살짝 침착하고 평정심을 가져야겠다.


어제는 메가박스 강남점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로봇 드림을 봤다. 상영관에 아무도 없는 건 처음이었는데 마치 상영관을 내가 대관한 것 같았다.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일 것 같지만, 오히려 혼자서 보다 보니 핸드폰을 보는 등 괜히 딴짓도 하게 되었다. 로봇 드림은 대사가 없는 영화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이야기였다.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인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처음 든 생각은 '환승이별'이라는 단어였다. 물론 영화의 상황에 완전히 맞는 건 아니지만 공통적인 맥락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환승이별은 주로 부정적인 뉘앙스로 여겨지지만, 영화에서처럼 때로는 어쩔 도리 없이 환승이별을 겪어야만 하며, 그러한 환승이별에 대처하는 좋은 방안도 영화가 잘 제시해주고 있다. 영화의 주제곡인 <Earth Wind & Fire - September>도 지금까지 귀에 계속 맴돈다. 은은하면서도 신나는 좋은 영화였다.  


휴가 마지막날인 오늘은 집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스스로 정리했다. 그리고 괜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괜히 실없는 카톡을 보내기도 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오늘 내가 한 일들 자체가 실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재충전이라는 휴식의 목적에 비추어보면 아주 충분히 내실 있는 하루였다. 이제 남은 건 내일부터 오늘 정리한 생각들을 직접 실천해 나가는 일이다. 그중 하나가 지금보다 글을 더 자주 쓰는 것이다. 특히 허씨네마 매거진을 집중 공략할 생각이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니 휴식이 아닌 내일도 더욱 기대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정말 알찼던 3일의 휴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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