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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씨씨s Apr 28. 2024

2024.04.27

노들섬. 낭만의 치사량을 넘어서다.

지난달부터 내가 직접 기획했던 노들섬 번개. 그 키워드는 '샤블리 그랑크뤼'와 '낭만'이었다.


노들섬에서 따듯한 봄바람을 맞으며, 와인에 노량진에서 온 회와 해산물 그리고 하몽과 치즈를 함께 먹고, 밴드 보컬리스트의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듣고, 전통주 소믈리에가 가져온 전통주를 마시고, 노을 질 무렵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것이 파워 J인 내가 짜놓은 계획이었다.


아침 11시 30분. 노들섬 서쪽 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 명당을 선점하고 오기로 한 사람들을 기다렸다. 햇빛이 뜨거워 제법 더운 날씨였지만, 그늘 아래는 서늘한 바람이 많이 불어 선선했으며 간혹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배달 주문한 회가 도착 예정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고, 사람들은 오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씩 늦게 도착했다.


샤블리 그랑크뤼를 오픈하기 전에, 성시경의 먹을 텐데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 편에 나왔던 스파클링 와인을 먼저 마셨다. 영상에 나온 설명대로 시트러스향과 흰꽃향의 풍미가 두드러졌다. 식전주로 아주 제격이었고 회와 페어링도 좋았다. 회는 횟집 사장님께서 단언하신 대로 양이 푸짐했다.  


약 12시 30분쯤. 샤블리 그랑크뤼를 오픈했다. 익힌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해서 가리비와 새우찜을 함께 페어링했다. 샤블리 그랑크뤼는 보통의 샤블리 답지 않게 산미가 튀지 않았다. 신선한 미네랄리티가 돋보였으며 그 사이사이에 피어나는 오크향이 매력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미가 더 살아나면서 복합미가 더 도드라졌지만 크게 튀는 정도는 아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질감을 보여주는 이중적인 매력이 있었다. 칠링이 약간 덜 된 것이 아쉬웠지만, 충분히 이번 노들섬 번개의 주인공으로서 역량을 보여주었다.


다른 분께서 가져온 샤블리 빌라쥬 등급과 내추럴 와인까지 마시고 잠시 잊고 있었던 하몽과 치즈를 꺼냈다. 직접 카빙 하는 곳에서 공수해 온 고퀄리티 하몽과 치즈는 역시나 풍미가 뛰어났다. 함께 곁들인 레드 와인은 프랑스 남부 스타일 블렌딩 와인이었는데 적당한 바디감과 과실향의 조합이 좋았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준비해 온 전통주는 '지란지교'였다. 약주로 동동주나 막걸리에서 나는 누룩향과 청주의 단맛이 함께 느껴졌다. 산미와 단맛의 조화가 좋았고 맛이 부드러움에도 도수가 15도로 제법 높아서 놀랐다.


1차에서 마지막으로 마신 모스카토는 감귤류의 시트러스도 느껴지지만 달달한 사과 뉘앙스가 강해서 사과주스가 떠올랐다. 디저트로 준비한 홈런볼, 치즈바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버스킹 공연에 다 함께 젖어들었다. '김광석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검정치마 - 기다린 만큼, 더', '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의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담담하고 잔잔하면서도 따듯하고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본인이 기타를 시작한 계기를 제공했다는 '김광석 - 기다릴게'로 공연을 마무리하였다. 기다림을 소재로 한 노래가 몇 개 등장해서인지, 뜬금없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여주인공 이름이 '다림'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영화 내용처럼 어쩌면 사랑은 기다림의 연속이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도 뻗어나갔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테이블에서 돗자리로 자리를 옮겼고, 모두 바닥난 와인들을 아쉬워하며 2차로 치킨과 맥주를 먹었다. 원래는 노을이 지는 것까지 보고 싶었지만, 해가 너무 길어 조금 일찍 자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낭만'의 사전적 정의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혹은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따듯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 풀냄새, 좋은 사람들, 다양한 술과 훌륭한 퀄리티의 음식들 그리고 즉석 버스킹 공연까지.


2024년 4월 27일은 그야말로 낭만의 치사량을 넘어선 하루였다.     


20240427. 날씨 좋은 날 노들섬에서. 회&화이트 와인. 하몽&치즈&레드와인. 치킨&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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