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씨씨s Apr 22. 2024

카파나 BDM 2016

끝은 항상 아쉬운 법

군시절 맞선임이었던 오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이태리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라서 이태리 화덕 피자와 함께 카파나 BDM 2016 빈티지를 먹었다.  


BDM의 부르넬로(Brunello)는 이태리 토착 품종 산지오베제의 복제 품종으로, 산지오베제보다 더 묵직하고 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태리의 경우 2016년이 기후가 좋았기에 전반적으로 훌륭한 빈티지로 평가받는다.


와인의 색상은 투명한 루비색이 영롱했고, 향은 산미가 도드라졌다. 과실향과 꽃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3시간 정도 브리딩을 했음에도 첫맛은 약간 억센 타닌감과 허브 및 녹찻잎 향만 느껴졌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타닌이 부드러워지고 감춰져 있던 과실향과 꽃향이 향기롭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점차 오크에서 기인하는 정향, 그을린 나무의 뉘앙스와 병숙성에서 빚어지는 흙, 숲바닥, 버섯 등의 향과 풍미도 뒷맛에서 함께 올라왔다.


와인의 제대로 열리면서 복합미와 균형, 긴 여운까지 고루 보여주는 좋은 퀄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와인이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때쯤, 이미 와인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좀 더 미리 병을 오픈해서 와인을 더 완전하게 먹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랬다 하더라도 끝에 가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행복한 순간이 끝나가는 건 언제나 못내 아쉬운 법이니까.


결국 지금 상태에서 뭔가를 더 바라는 것보다, 지금 현재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 만족하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다음에 올 행복한 순간을 또 기대하며 다시 현재를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20240421. 카파나 BDM with 화덕피자 in 도치피자 장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