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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씨씨s Apr 27. 2024

파사이드 바이 파 피노누아

이유 있는 고집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국제와인자격증(WSET) Level2 중급과정 학원 동문 두 분과의 만남. 우연히도 나를 포함한 세 명 모두가 와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와인 라인업이 화려했는데, 그중에서 호주 피노누아 품종인 '파사이드 바이 파 피노누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색은 선분홍 빛깔이 은은하게 비치는 투명한 루비색으로 장미꽃이 떠오른다. 향에서는 산뜻한 과실향과 더불어 달달한 느낌이 살짝 난다. 맛은 붉은 체리와 꿀이 어우러져 풍선껌이 떠오르기도 하고 빳빳하고 세련된 가죽 뉘앙스가 있다. 후반부에는 스파이시한 향신료도 함께 피어오른다. 함께 드신 분은 갓 베인 상처에서 느낄 수 있는 피의 맛, 철분 느낌도 난다고 했다. 피노누아 품종의 특성답게 바디감은 가벼웠다.


총평하자면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복합미를 가지면서도 균형이 아주 잘 잡힌 좋은 와인이었다. 신대륙에서 이런 피노누아 와인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놀라웠다. 함께 곁들인 안주와의 페어링도 만족스러웠고 특히 꼰낄리오니라는 새로운 형태의 파스타 요리가 인상적이었다.


좋은 사람, 좋은 음식, 좋은 술 세 박자가 잘 아우러진 좋은 만남이었고, 다음 만남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좋은 시간이었다.


원래 파사이드 바이 파 피노누아는 이번에 접하지 못할 뻔한 와인이었다. 그러나 가져오는 분이 이 와인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고집했고 퀵 배달까지 시킨 덕에 맛볼 수 있었다. 다만 배달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져 퀵이 퀵이 아니었다는 게 살짝 흠이긴 했다. 그러나 기다린 보람이 충분히 있었고, 그분께서 고집을 부린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아주 이색적이고 훌륭한 와인이다.   


20240422. 파사이드 파 피노누아 with 꼰낄리오니 in 판교의 하루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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