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씨씨s Dec 05. 2024

아, 밥벌이

2024.12.05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전기밥솥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밥벌이는 밑도 끝도 없다. 그러니 이 글에는 결론이 없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 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 김훈, 『라면을 끓이며』


나는 현재 잠시 밥벌이를 쉬고 있다. 그러나 다시 밥벌이의 세계로 들어가야 함을 알고 있다.


밥에는 밑도 끝도 대책도 없다. 생이 있는 한 어떻게든 밥을 벌어먹어야만 한다. 이를 떠올리면 참으로 갑갑하고 막막하다.


부자가 되려면 밥벌이(일 하는 것)를 즐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곤 한다. 그러나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그저 하기 싫은 것을 꾸역꾸역 참아가며 밥벌이를 해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즐겁게 할 수 있는 밥벌이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미처 버리지 못하고 여러 가지 대안들을 검토해 보는 요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