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준호 Dec 07. 2023

야식은 먹을 수밖에 없다

야식의 문제

우리는 왜 야식을 먹을까?


맛있으니까? 배고프니까? 야식 먹을 시간이 되면 야식이 당기니까?


모두 맞는 말이다.


아침에 먹는 라면보다 야심한 밤에 먹는 라면이 더 맛있고, 점심에 먹는 치킨보다 자기 전에 먹는 치킨이 더 맛있다. 


원래 음식이라는 게 누구랑 같이 먹는지, 어디서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등에 따라 그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호르몬


우리 몸은 항상성을 조절하기 위해 수많은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닌다.


혈압이 높아지면 낮춰주고, 낮아지면 높여주고, 

혈당이 높아지면 낮춰주고, 낮아지면 높여주는 등


식욕도 마찬가지다.

배고플 때가 되면 그렐린 호르몬이 분비되어 음식을 먹게 하고, 배가 부르면 렙틴 호르몬이 분비되어 음식을 그만 먹게 한다.


야식도 결국에는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음식이 당기는 건데, 그 시간대가 아침, 점심, 저녁이 아닌 밤일뿐이다.



왜 밤에 음식이 당기는 걸까?


그렐린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아래 표를 보면 그렐린 호르몬이 아침, 점심, 저녁에 가장 많이 분비가 되고, 그 이후에 11시 이후에도 분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Cummings, David & Purnell, Jonathan & Frayo, Ronald & Schmidova, Karin & Wisse, Brent & Weigle, D.. (2001). A Preprandial Rise in Plasma Ghrelin Levels Suggests a Role in Meal Initiation in Humans. Diabetes. 50. 1714-9. 10.2337/diabetes.50.8.1714. 



이 그래프는 두 명의 참가자의 그렐린 호르몬 분비를 나타내는데, A라는 참가자는 그렐린 호르몬이 밤 11시에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드는가 하면, B라는 참가자는 그렐린 호르몬이 밤 11시 이후로 계속 높은 상태가 유지된다.


사람마다 그렐린 호르몬이 밤새 유지되냐, 안되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그렐린 호르몬이 아침, 점심, 저녁 외에 늦은 밤에도 분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렐린 호르몬이 밤새 유지되고 안되고의 차이는 그날 하루동안의 식사 시간, 식사 종류, 컨디션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요인들을 잘 조절할 수만 있다면 그렐린 호르몬이 밤 11시에 피크를 찍되, 서서히 내려가서 야식이 덜 생각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야식을 먹고 싶다는 충동을 단순히 자신의 잘못으로, 자신의 의지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 야식을 어떻게 하면 조절할 수 있을까.


아침, 점심, 저녁을 제대로 먹고, 컨디션을 잘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일상생활이 바쁘다 보면 식사를 제대로 챙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쉽게 해 볼 수 있는 건 취침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일이 많아서 밤을 새워야 하는 게 아니라면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하고 차라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이 있는 것처럼 밤에 집중이 잘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체리듬을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저녁에 잠을 자는 사이클에는 변함이 없고, 실제 여러 논문에서도 야간에 일을 하는 사람들에서 우울증이나 심혈관계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에 대해서는 추후에 기회가 되면 더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그리고 또 한 가지.

밤 11시 이전에 잠을 자기 위해 뒤따라 오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저녁식사 조절하기


저녁식사를 배부르게 먹어야 배가 고프지 않아 야식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야식을 안 먹으려고 배가 부른 상태로 잠자리에 들면, 오히려 소화가 안되어 소화 불량이나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의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사람이 하루종일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잠을 자고 싶듯이, 위장도 저녁일까지 마치고 나면 푹 쉬고 싶다)


그렇다고 무조건 적게 먹으라는 건 아니다. 배부르게 먹되, 그 시간대를 조금 앞당기자는 것뿐이다. 소화되는데 대략 3~4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7시, 늦어도 8시에는 식사를 맞춰야 소화된 상태로 잠을 청할 수 있다.


잠을 자야 되는데 너무 배고파서 참을 수가 없다면?

야식을 먹기보다는 따뜻한 물 한잔, 차 한잔, 아니면 꿀같이 달달한 걸 넣어서 가볍게 한잔 마시면 일시적으로 포만감이 들어 야식을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우리가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이유는 저녁부터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인데, 이 멜라토닌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많은 사람들이 잠자기 전 누워서 핸드폰을 많이 하는데, 핸드폰에는 빛뿐만 아니라 전자파도 분비가 되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고 생체시계를 교란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기 전 핸드폰은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야식을 먹게 되면 체중증가, 혈당상승,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로도 이어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비만, 당뇨, 고지혈증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