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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Aug 22. 2018

야시

북리뷰-소설

#야시

 

#쓰네카와고타로



1. 기본적으로 나는 일본 문화랑 잘 안맞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일본 만화, 영화, 음악 다 안좋아한다. 그 특유의 진지하고 오그라드는 감성이 굉장히 불편함.


2. 그래서 일본 책을 굳이 찾아보지는 않는데 이 소설은 리디북스에서 공짜로 풀린거라서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는 않았다. 단편소설 두 편이 묶여있는 책이고, 공포소설이라고 써있긴 한데 하나도 무섭지는 않고 그냥 판타지소설 느낌. 이 책도 물론 일본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이 있기는 한데, 괜찮았다. 나름 반전도 있고, 짧은 이야기이지만 구성이 생각보다 치밀하고, 잠깐 덮어놓고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도 있고 그랬다.


3. 책은 ‘바람의 도시’와 ‘야시’ 두 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바람의 도시는 요괴들이 살고있는 ‘고도’에 우연이 들어온 두 친구가 그곳에서 태어나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없는 ‘렌’이라는 인물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야시는 요괴들의 야시장인데, 어렸을 때 동생과 함께 야시에 간 적이 있던 주인공이, 커서 여자 동창생과 다시 야시에 방문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4. 영화든 소설이든 나는 SF나 판타지 등 비현실적인 소설들은 잘 안본다. 해리포터도 반지의제왕도 안봤다. 특히 트랜스포머처럼 인간이 아닌 것들이 싸우기 시작하면 바로 잠든다. 비현실적인 것이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흥미가 떨어진다.


_그런데 이 소설은 나쁘지않게 볼 수 있었다. 두 단편소설은 비현실적인 배경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개연성은 차곡차곡 만들어낸다. 또 중심이 되는 소재가 세계를 구하고 뭐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 친구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여서 흥미가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길이가 짧아서 그런 것도 있고.


5. 두 소설 중엔 ‘야시’가 더 기억에 남는다. 야시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어떤 것을 사든 팔든 거래를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 그런데 그 곳에서 사고 파는 것들은 젊어지는 약,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칼 등 인간세계의 시장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고, 가격도 1억엔 뭐 이런 식으로 비현실적이다.


_주인공은 어렸을 적 남동생과 우연히 야시에 들어오게 되고, 의도치 않았지만 야구를 잘 하게 되는 능력을 사고 그 대가로 동생을 팔게 된다. 야구선수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주인공의 삶은 원하던 것과는 달랐고, 동생에 대한 죄책감에도 시달리며 삶의 의욕을 잃는다. 그래서 여자 동창생과 함께 동생을 다시 사오기 위해 야시로 들어간다.


_보면서 파우스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내게 소중한 무언가를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면? 야시에서 거래를 하지 않고 동생과 함께 나왔다면, 소중한 것을 지켜냈다면 주인공은 행복하게 살았을까? 행복한 삶이란 건 뭘까를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6. 이 책에서 거의 유일하게 현실적인 장면은 ‘야시’의 주인공이 사귀던 여자와 나눈 대화였다. 여자는 자신의 친구가 프로야구 선수와 잤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러니까 너도 얼른 프로야구 선수가 돼.’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주인공은 잠에서 깬 것 처럼 현실로 돌아오는데, 인상적이었다.


7. 길이도 짧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보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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