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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Aug 22. 2018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북리뷰-에세이

1. 2018년에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기 혐오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페미니즘 관련된 책으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그리고 책 자체는 여성에 대한 내용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이 책은 외모에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 있는 현대인 모두에게 해당될 만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2. 미국 작가가 쓴 책이지만, 미국보다 한국에 더 적합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의 인터뷰가 실려 있기도 하고, 미국에선 대도시 몇군데에서만 노골적인 외모중심적인 문화가 있지만 한국은 땅덩어리도 좁은 나라에서 남얘기 하기는 너무 좋아하고 훨씬 심하게 구속하니까.


3. 2018년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불행하다. 옛날엔 TV만 있었는데, 인터넷이는 SNS든 새로 생겨나는 매체든 다른 사람 얘기들을 너무 많이 들려줘서 점점 더 내가 가난해보이고 못생긴 것 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여행사도 성형외과도 PPL하는 회사들도 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이해는 된다. 책에서는 그런 미디어에 신경 끄기 위해 노력하라고 하는데, 내 생각엔 도망갈 수록 미디어는 더 기를 쓰고 나를 쫓아와서 내 눈앞에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의 표준을 들이 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타들의 삶이 모자라서 외국의 아름답고 한적한 도시들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행복하게 내 삶을 살기는 정말 더럽게 어렵다.  하지만 미디어는 결국 대중의 수요를 먹고 사는 것이고, 대중이 변하면 미디어도 변하게 마련이다. 미디어에 신경을 끄고 도망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달라지는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


4. 외모 강박과 자기혐오는 미디어를 통해서 강화되기도 하지만 그 시발점은 대부분 부모에게 있다. 정말 이건 여성에 특히나 가혹하다. 나는 여자인 주변 사람들이 부모님으로부터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라왔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 말들은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말그대로 자존감이나 자기 효능감의 준거점이 외모에서 오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고, 평생 외모에 대한 강박 때문에 진짜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들을 박탈한다.(이건 손찌검만 안했지 아동학대보다 더 심하다. 법적으로 다스려야 된다.)


_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부모가 될 현재의 젊은이들이(나를 포함해서) 자신의 외모강박을 극복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과제다. 책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제법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좋은 내용이다.


_”부모는 딸에게 미치는 광범위한 문화적 영향력에 해독제가 될 기회를 가졌다.”


5. 또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대화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남얘기를 너무 많이 하고, 그 남에 대한 외모와 금전적인 부분 등 외적 조건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대화를 한다. 그런 대화를 함과 동시에 우리는 그 조건에 따른 순위 메기기를 하게 되고, 결국은 자존감 상실로 이어진다. 순위를 메기기 시작하면 무덤을 파는 꼴이다. 성형수술을 하고 PT받고 살을 아무리 빼도 헤어나올 수 없다.


_평소에 상대방의 외모를 칭찬하는 말도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예쁘다는 잘생겼다는 말도 결국 상대방에 대해 평가를 하는 꼴이 되니까.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 공감이 많이 됐고, 실제로 외모에 대한 칭찬이 그 말을 듣는 사람의 자존감을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이 놀랍기도 했다.


_ 정말 대화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디어든 사회적인 분위기든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 변수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말은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외모 강박적인 문화에 맞서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는 외모에 대한 대화를 바꾸는 것이다.”


6. 모든 사람은 쓰임이 있고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 우린 너무 많은 줄세우기를 하고, 내 열등감 때문에 남을 욕하고, 그것으로 인해 또 자존감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살이 찐 여자 아이돌을 보면서 살쪘다고 욕하고, 마른 아이돌을 보면서 말랐다고 욕하고, 그런 것들은 결국 자신의 자기혐오감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 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기혐오감을 전염시키는 결과만 불러온다. 안타까운 일이다.


_모든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기 외모를 사랑하고 남들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행복할 테니까.


#거울앞에서너무많은시간을보냈다 #러네이엥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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