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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Aug 22. 2018

그리스인 조르바

북리뷰-소설

#그리스인조르바 #니코스카잔차키스

1. 리디북스에서 끼워팔기로 받은 전집에 있던 옛날 번역편을 절반 정도까지 읽다가, 이번에 리디셀렉트를 가입하면서 비교적 최신 번역본이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2.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많은 유명인사들이 인생의 책으로 꼽은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과 조르바를 통해서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3. 호불호는 확실히 갈릴 것 같다. 사실 남들이 세계명작이라고 꼽으니까 그런가보다 하면서 다들 감명깊게 읽는 거지, 내 이름으로 똑같은 내용 써서 지금 출판하면 광화문에 여성단체랑 종교단체에서 피켓들고 시위 나올 거다.

_조르바는 여성을 사랑한다. 특히 당시 천대받던 과부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낀다. 말하자면 당시의 페미니스트다. 실제로 많은 과부들도 그를 사랑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그는 남자에 비해 열등하고 남자에게 사랑받는 느낌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로 생각하고 그런 이유로 여자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과부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_“여자는 자유를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여자도 인간일까요?”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천인공노할 소리다. 인스타 테러는 물론 계란 맞고 국민청원이 빗발칠 일이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책이라니 난 좀 아이러니같다.

_또 이 책은 신성모독도 가득하다. 주인공과 조르바가 선한 신과 악한 신은 하나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종교인들을 위선적인 인간으로 그리고 있고, 종교를 비웃는 대목도 많다. 조르바가 명동에서 태어났으면 십자가로 일찍 맞아죽었을 것이다.

4. 물론 조르바를 그렇게 해석하는 몰지각한 사람은 한국인 일부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기 내면의 말에 귀기울이고, 그것에 충실히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유롭다. 종교, 제도, 관습이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_결국 신성모독도, 여성비하도 사람이 만들어낸 관념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그 자체는 껍데기다. 껍데기로 그렇게 해석하는 것일 뿐 조르바의 알맹이는 신성을 모독한 적도 여성을 비하한 적도 없다. 그의 사회의 어떤 사람보다 순수하고 열정적일 뿐이었다.

5. 이런 이유로 조르바는 1930년대에 이미 예순을 넘긴 인물이지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2018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해 볼 만한 말을 정말 많이 한다. 읽다보면 무슨 잠언집이나 감성SNS 캘리그라피 계정같다.

6. 공교롭게도 싯다르타와 데미안을 본 후에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그리스인조르바도 헤세와 마찬가지로 불교적인 사상을 많이 담고있다. 결국엔 진정한 자유는 자신이 겪은, 고민한, 다시말해 나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극히 불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_소설 주인공은 금욕적인 불교신자에 헤세 소설에 나올만한 바로 그 내성적인 찌질남들과 비슷하다. 진리를 찾아 책상앞에서 혼자 고뇌하던 주인공이 조르바를 만나면서 일종의 구원을 받는다.

7. 주인공이 나비 번데기를 건드렸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번데기 속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치는나비를 발견한 주인공은, 나비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번데기를 열어준다. 나비는 번데기를 빠져나오지만 이내 죽어버린다.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오면서
 조르바처럼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살면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사회에서는 매장당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도 각자의 광산을 파 내려가면서 내 안의 조르바와 마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 제발 그러길.

_”하지만 두목, 몇 번이나 말했지만 다시 말하건대, 하느님이나 악마는 하나고, 똑 같은 거에요!”

_”조르바와 함께하는 동안의 시간은 다른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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