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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Aug 22. 2018

판사유감

북리뷰-에세이

#판사유감 #문유석


1. 지난 달에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우연히 판사유감도 읽게 되었다. 올해 한국나이로 50세가 되신 젊은 판사님인데, 미스함무라비라는 소설과 드라마를 써서 더 유명하신 것 같다. 물론 드라마는 안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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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인주의자 선언도 그렇지만 글을 참 쉽게 읽히도록 쓰신다. 내용을 떠나서 베스트 셀러 될 만한 문장력이신 것 같다. 직업 특성상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쓸 법도 한데 쉬운 단어 위주로 쓰여 있어 한 반나절 안걸리고 금방 읽었다. 유시민 작가도 글 참 쉽게 쓰는데, 부러운 재주다.

_개인적으로 에세이는 잘 안읽는데, 어쩌다보니 문유석 판사의 에세이 두 권을 모두 읽게 됐다. 물론 에세이가 그렇듯 딱히 남는 얘기는 없었다. 그래도 여러 사건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보니 감동적인 부분도 많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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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판사유감은 문유석 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칼럼처럼 연재하던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일관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전반부는 담당했던, 아니면 주변에서 지켜본 사건들의 이야기가 주로 나오고, 후반부에는 사회에서 보는 법관에 대한 법조인으로서의 자아비판 비슷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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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판사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딱딱하고 엄한 이미지와는 다른 온화하고 인정많은 한 인간으로서의 법관에 대한 내용이 많다. 작가 본인의 성격이 공부벌레나 야망가 스타일이 아니고, 노는 것 좋아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법원 내부망에 판사와 법관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다보니 더욱 그런 면을 강조하면서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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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람냄새나는 작가의 이미지는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일 것이고 잘 팔리는 이유도 그것인 것 같다. 그런데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소개된 내용도 그렇고, 이 책 후반부에 법조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다보면 나는 솔직히 한숨나오는 부분이 더 많았다. 법조인이 대한민국에서 군인 다음으로 보수적인 집단이어서 그런지 꼰대같은 내용이 엄청 많다. 좀 불편러 같은 얘기지만 와 정말 한국 법조계 갈 길 멀구나 하면서 읽었다(물론 작가는 그 세대와 집단에 비해서는 많이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니까 자기자랑 섞어서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런 보수적인 집단에서도 작가와 같은 생각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긍정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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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감동적이고 잘 쓴 글들도 많다. 시간이 없는 분들은 “담당한 동심”, “징역 1년의 무게”, “지성과 반지성”은 한 번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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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체적인 중심테마와는 벗어난 꼭지이지만, 나는 “지성과 반지성”이 가장 마음에 든다. 작가가 황우석 사건을 보면서 쓴 글인데, 하루아침에 여론이 극단으로 이리저리 바뀌는 것을 보면서 쓴 글이다.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이 꼭지는 당시보다 지금의 우리에게 더 해주는 말이 많은 것 같다.

_나는 농담 말고는 말수가 적은 편인데, 어떤 화제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내가 그것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있는가에 대한 두려움 비슷한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을 자제하게 되고, 하더라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그런게 꼭 좋은 건 아닌데, 요즘 같은 때는 좀 필요하지 않을까.

_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논쟁이 되는 주제들에 대해서 하나같이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을 뱉는다. 그래서 피해 입는 사람도 너무 많이 생기고, 안타깝다. 친구랑 둘이 있을 때나 할 법한 이야기들을 인터넷에서는 너무 서슴없이 한다. 확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말에는 열중 아홉은 오류가 있다. 우리 모두 아직은 아닐지라도 지성적인 사람이 되고자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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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럼 무엇이 지성입니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안다고 하는 것이 지성일 것입니다.”

_”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 또한 지성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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