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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Sep 04. 2018

포르투갈의 높은 산

책리뷰-소설

#포르투갈의높은산 #얀마텔 

1. 놀라운 책이다. 한 번 더 읽을 예정이다.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으면 나는 잘 못 읽는다. 이 책은 그렇게 긴장감이나 흡인력이 크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읽고 나니 잔잔하게 감동도 있고, 무심코 읽을 때 생각 못한 의미들이 숨어있는 책인 것 같다. 

2. 책은 세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챕터는 작은 연결고리를 가진 각기 다른 시공간의 세 인물에 관한 독립적인 이야기이다. 테마게임 같은 형식이다. 

3. 이 소설은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세 인물은 각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구원을 찾는다. 구원은 ‘집’을 통해서 나타난다. 각 챕터의 제목이 ‘집을 잃다’, ‘집으로’, ‘집’이다. 그 집은 유인원의 형상을 한 예수 조각상이기도 하고, 남편의 몸 속이기도 하고, 진짜 유인원과 함께하는 삶이 되기도 한다. 

4. 작가의 다른 책인 파이이야기가 떠오르는 부분이 많았다. 상실을 겪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점이 그랬고, 종교가 메인 소재인 점도 그랬다. 첫 챕터 ‘집으로’에서 주인공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찾아 가는 여정도 파이와 비슷했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그런 진 모르겠는데, 작가 본인이 여러 문화권을 겪어보고 여러 종교와 인간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5. 메시지가 두드러지는 책은 아닌데, 굳이 찾자면 구원은 결국 종교나 외부의 무언가가 아니라 내 스스로 찾아야한다는 게 아닐까 싶다. 이것도 파이이야기와 좀 닮아있다. 세 챕터의 주인공들은 모두 세상 사람들의 기준에는 이방인이다. 아프리카인 사이에 율리시스 신부, 포르투갈인 사이의 토마스, 유인원과 사랑에 빠진 피터 모두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구원(집)을 찾았다.  

6.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좀 어두운 분위기인데, 간간이 웃긴 부분도 나온다. 토마스가 전염병에 걸려 온몸이 가려운 상태에서 소독을 하려고 휘발유로 샤워를 하고 불이 붙어서 죽다 살아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7.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침팬지의 모습을 한 예수 조각상이었다. 그렇게 개고생을 하면서 찾아간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있는 교회에서 토마스는 결국 보물을 찾았는데 그것은 침팬지 모습의 예수였다. 이미지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의미하는 바가 뭘까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결국 어떤 숭고한 절대자가 아니라 원초적이고 솔직한 날 것의 모습에서 구원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8.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 토대와 무너지지 않는 천장으로 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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