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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Sep 15. 2018

인플레이션

북리뷰-경제

#인플레이션 #마르코헤르만


1. 국제 통화시스템의 위기에 대해 궁금하다면 ‘화폐의 몰락’보다는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좀 더 온건한 내용이지만 경제시스템 구조나 원리에 대한 설명들이 훨씬 친절하고, 책의 구조가 더 깔끔해서 읽기 편하고 이해도 쉽다.


2. ‘화폐의 몰락’이 사이버 금융전쟁 가능성, 중앙은행 및 정치인들의 시장교란 가능성, 화폐제도의 몰락 이후의 대안화폐 이렇게 세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중 두번째 주제에 집중한다. 그 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의 역사와 구조, 영향 그리고 이에 대한 투자방안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3. 수업시간에 배운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서 결정되는 물가가 상승할 때 일어난다는 것 정도였다. 좀 더 들어가면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과 다를 경우 이런저런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정도가 전부였다. 보통 경제학 시간에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더 중점적으로 다루고, 케인즈 이론을 중심으로 가르친다. 실제 현재의 경제정책들도 대체로 그에 기반해서 수립된다. 그런데 ‘화폐의 몰락’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케인즈의 이론이 잘못되었고,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면서부터 여러 경제적 충격과 위기들이 발생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4. 국가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훨씬 무서워하고, 이를 막기 위해서 양적완화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자 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경제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되는데, 저자는 이것이 착각이라고 이야기한다. 인플레이션은 결국 환상일 뿐이고 시장참여자들 화폐착각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이전상태로 되돌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더 퇴보하는 충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나도 대체로 이에 동의하는 편이다.


5. 책을 읽으면서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입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정부 주도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이는 총수요를 끌어올려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케인즈적인 사고에서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가계소득의 증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서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생산물의 원가 증가를 가져오고 이는 비용 인상에 따른 총공급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수요가 올라가도 비용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되어 총공급이 줄어들면 경제성장없이 물가만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수요가 자극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만 줄어들어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나 저러나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시점이고, 그래서 책의 내용을 좀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6. 최근 일년정도는 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세계 경제가 가장 급변하고 있는 시기다. 경제 뿐 아니라 여러 굵직한 정치 이슈들도 나오고 그 둘이 서로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극도로 꺼리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특성상 인플레이션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최근 동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준다는 측면에서도 좋았고, 통념과 다른 부분(예컨대 정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든지)이 제법 많아서 재미있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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