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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Oct 29. 2018

중산층이라는 착각

북리뷰 - 경제


#중산층이라는착각 #조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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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다.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도 뭐 크게 다르지는 않고. 나 정도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데 살기가 왜 이렇게 팍팍할까 하는 사람들에게 어렴풋이나마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이 책은 2011년에 나온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그 때 읽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2. 하긴 그 당시에 읽었다고 해도 내가 곧이 듣지는 않았을 것 같긴 하다. 당시에는 4대강이나 자원외교에 대한평가도 갈리던 시절이었고 무상복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이 책의 주장과 같은 국가 복지의 확대에 대한 이야기는 다수의 의견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얘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았고 나 또한 그랬었다.


3. 책의 주장은 단순하다. GDP 2만불이 넘어서면서 국가주도형 성장의 약발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니, 복지를 확대해서 무너지고 있는 중산층을 복구해서 성장의 동력으로 삼자는 말이다. 대체로 이에 부합하는 통계적 근거들을 들면서 주장을 펴고 있다.


4.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 양극화로 중산층이 몰락한 것이 문제는 맞지만 복지를 늘린다고 중산층이 복구될까. 그래서 책에서도 성장이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어떻게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5. 복지만 늘려서 중산층을 재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득권이란 기득권은 다 가지고 있는 부자들을대상으로 세수를 올려서 복지를 확충하는 것부터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어려울뿐더러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소비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과는 또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수출대기업이 부를 거의 독식하고 나머지가 얼마 안되는 콩고물을 가지고 싸우면서 살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사실 아무것도 이루기 어렵지 않을까.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양극화와 부의 편중이 우리나라를 자살률이 높고 출산율이 낮은,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 만들고 있는 것은 맞다. 미국에 비해서야 돈없어도 살만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내 분수에 맞춰 살자면 행복할 수 없는 나라 아닐까. 살 생각도 없던 집값이 올라서 배아픈 사람들 천지인데.


7. 결국은 중산층을 재건하려면 경제 전체 파이를 키우거나, 경제질서가 더 공정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말로 써 놓기만 해도 어려워보인다. 글자 생김새조차 어렵게 생긴 것 같다.


8. 아주 탄탄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읽어보면 얻는 것은 있는 책인 것 같다. 거의 10년 된 책임에도 현재 정권의 기조와 대체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전체 파이의 성장은 대북 긴장완화를 통해서, 분배개선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소득주도성장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고 있는데, 큰 방향은 책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물론 내 짧은 소견으로도 책의 내용도 다 옳은 것은 아니고 현 정부의 정책도 비판하자면 날밤 새겠지만, 어쨌든 지난 10년 보수정권에 비해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9. 어려운 책은 아니라서 나름 술술 읽힌다. 아직 우리나라에 중산층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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