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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Aug 21. 2018

파이이야기

북리뷰-소설

1. 피신 몰리토 파텔. 파이.


2.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봤다.


3. 보통 소설을 영화화하게되면 과일을 갈아서 주스를 만드는 것처럼 맛은 비슷하지만 어느정도 영양소의 손실이 있게 마련이다. 세계관이 약간 수정된다든지 장면이나 대화가 생략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그런데 파이이야기는 책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고스란히 영화에 담긴 것 같다(영화 보다 좀 졸아서 아닐수도 있음). 중요한 장면들은 영화에서 워낙 유려하게 처리가 되어 있어서, 오히려 책을 읽을 때 상상하는 것 보다 잘 담겨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 걸 지도.


4. 영화를 볼 때는 특수효과들이 워낙 화려해서 스토리에 좀 덜 집중했던 것 같은데, 책으로 읽고 나니 이야기가 생각보다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전을 알고 읽었는데도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초반부터 지루하게 수영장이야기 동물원이야기 종교이야기가 이어지다가, 표류를 시작하면서부터 그 세가지가 다 쓰임을 갖게 되는 게 인상적이었다.


5. 이 책은 종교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종교를 통해 고난을 이겨내고 생존한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종교를 믿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든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든 결국 달라지는 건 없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무교라 그런지 나는 후자가 더 마음에 든다.


6. 후반부에 나오는 식인 섬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책에서는 표류를 시작하고 리처드 파커와 주인공이 둘만 남게되면서부터 식인섬에 도착할 때까지의 이야기가 좀 지루하게 진행됐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보다 식인 섬 이야기가 임팩트가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_식인 섬 자체가 하나의 종교이고, 그 안의 미어켓은 신자들 같다. 종교는 천국을 보여주기도 하고 지옥을 보여주기도 하며, 그 안에 살아가는 신자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섬 안에서만 산다. 파이는 섬에서 한동안 배불리 먹으면서 영원히 그 곳에 있고싶어 했지만, 밤이 되면 물고기들이 죽고 땅에 닿으면 발이 녹아내리기도 하는 섬의 잔인한 모습을 보고나서, 그리고 그 안에서 죽은 사람의 이빨을 보고 나서 섬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_세 종교를 다 섬기는 피신이었지만 아마 맹목적인 신도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미어캣은 행복하게 섬 안에서 살지만 피신은 자기가 계속 섬에 있으면 그 이빨의 주인처럼 죽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고 섬을 떠난다. 아마 종교 안에서만 살면 현실을 볼 수 없고 그 안에서만 살다가 죽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7. 표류 중의 이야기는 당시에는 지루하게 진행됐지만, 반전이 등장하고 나서 그 진짜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결국 리처드 파커는 파이 자신이다. 하이에나를 죽이면서 자신의 생존에 대한 본능에 대해서 깨달았고, 표류 중에는 그를 계속 조련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그와 공존하고, 표류를 무사히 마치고는 그를 떠나보낸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인데 초반부에 계속 등장하던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표류 중에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식인섬에 다다르기 전 표류 중에는 자기자신의 상반된 모습들과 만나며 내면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8. 써놓고 보니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세 종교를 모두 믿던 파이가 표류를 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깨닫고 종교를 떠나서 현실세계에 도달하는 내용인 것 같다. 막바지에 파이는 조사관들에게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는지를 묻고,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든 자신에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한다. 종교를 믿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역시 현실이 달라질 일은 없고.  조사관은 동물이 나오는 게 낫다고 하는데, 나는 사람들끼리 잔인하게 죽고 죽이고 하는 현실 이야기가 더 나은 것 같다.


#파이이야기 #얀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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