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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Nov 21. 2018

3인칭 관찰자 시점

북리뷰 - 소설

3인칭 없이 보여주는 3인칭 세상

#3인칭관찰자시점 #조경아


1. 카피캣보다는 이게 볼 만 했다. 일단 쉽게 읽힌다.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넘어가고 대화들도 걸리적거리는 단어들 없이 술술 읽혔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정말이지 대중 글쓰기는 쉽게 쓰는게 최고다.


2. 그렇다고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다. 한 사이코패스의 아들이 천주교 사제가 되고, 그의 주변 사람이 죽으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우리나라사람들이 범죄자 가족들을 보는 시선이라든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3.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연쇄살인범의 자식이 내 주변에서 살고있다면, 그런데 갑자기 원인이 불분명하게 사람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면, 또 그 사건이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그 연쇄살인범의 자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먼저 언론에서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인터넷에서 여론 재판이 시작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대대적인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거의 한달에 한 두 번 꼴로 발생하고, 그 사건이 무엇이든 간에 대중이 이에 반응하는 양상은 거의 똑같았다. 소설 속에서도 이런 모습은 현실과 다를 바 없이 나온다. 증거가 있건 없건 주변에 평판이 얼마나 좋았건 간에 일단 그런 일이 생기고 나면 연쇄살인범의 아들은 여론재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실제였으면 이미 국민청원 올라가고 신상도 다 밝혀지고 인터넷에서 재판을 먼저받고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은 소설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된다.


4. 이 소설은 딱히 반전이라고 할 것 없이 모든 내용들이 평이하게 진행된다. 시간 순서가 꼬여있다거나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있어서 독자에게 혼란을 느끼게끔 하는 부분이 없다.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알기전에 독자에게 먼저 공개된다. 그런데도 내용이 지루하거나 쳐지는 느낌이 없다. 아마 등장인물마다 각자 자신이 직접 심리상태까지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덕분에 굳이 반전을 주지 않아도 내용상의 신선함이 유지되는 것 같다.


5.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스토리 자체 보다도 바로 그 형식이었다. 제목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이지만, 책의 어디에도 3인칭 시점에서 쓰여진 부분은 없고, 모두 1인칭 입장에서 서술되고, 챕터별로 그 1인칭의 인물이 돌아가면서 바뀐다. 그래서 등장인물 각자의 속내가 가감없이 드러난다. 인물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속내는 모른 상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사실을 책 중반까지는 별 생각 없이 모른 채로 읽다가 중간에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중후반부를 읽을 때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할 뿐이고 3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다른 사람들의 속내를 알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6. 얼마전에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를 봤다. 부부 사이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인데, 나랑 관련도 없는 사람을 안다는 게 가능할까. 소설 속 친구관계인 두 사제는 어려서부터 친구였고, 인생에 가장 참혹한 시기를 함께 겪었지만, 결국은 서로를 전부 이해하고 있지는 못했다. 우리가 사는 것도 똑같다. 어차피 사람들은 나를 보이는 대로, 아니면 내 배경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을 판단하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내 판단대로 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너무 쉽게 이야기 한다. 인터넷 뉴스 댓글창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일이다. 앞으로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7. 작가는 그래서 남 일은 모르는 것이니 겉으로 보이는 대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근데 내 생각에는 그건 남 얘기 관심 많은 우리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인 것 같고, 나 자산의 입장에서 나에 대해 남들이 엄한 얘기를 할 때, 그들이 나를 잘 알아서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것도, 내가 아니라고 한다고 그 사람들이 생각을 고쳐먹을 것도 아니니, 소설 속 디모테오 신부처럼 남들 시선에 귀 닫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우직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점점 남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피곤한 세상이다.


8. 짜임새나 서술이 완벽한 택은 아니지만, 쉽게 잘 읽혀서 한 번 볼만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이 소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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