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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Nov 26. 2018

선량한 시민

북리뷰 - 소설

예기치 않게 사람을 죽였는데 일이 꼬였다


#선량한시민 #김서진


1. 요 근래 본 소설 중에 이게 제일 잘 쓴 소설이었던 것 같다. 3인칭 관찰자 시점보다 선량한 시민이 재미도 더 있고 완성도도 높았다.


2. 추리 스릴러물인데, 사건들에 인과관계가 거의 없다. 이 점 하나만 가지고 소설을 끝까지 끌고간다. 주인공 아줌마가 처음 살인을 저지른 것 부터, 이어지는 여러 살인사건과 경찰의 추리 등등에 인과라는 게 없이 우연적인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일이 점점 꼬여간다. 그 와중에 여러 인물들의 입장이 얽히는 걸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3. 우연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내용에 흥미가 떨어지지 않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이 있을법 한 인물이라는 이유가 제일 큰 것 같다. 딱히 스스로의 능력이 있는 것도아니고, 내세울 것 없는 집안에 한심한 남편, 병든 시아버지 수발을 들어야하고 사춘기 아이들은 엇나가고 있는, 그러면서 젋을 때를 회상하면서 아쉬움에 젖은 삶을 사는 옆집에 실제로 있을만한 인물이라 우발적인 살인도, 그 이후에 주인공이 반응하는 방식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면서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4. 인물들이 대체로 우울한 사람들이었는데, 그점이 왠지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목격자인 작가도 많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고, 사춘기에 엇나가면서 나쁜 길로 빠지는 주인공의 아들도 그렇다. 소설 속에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인물은 한 명도 안나온다. 소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우중충한 게 그래서 그런 것 같다.

5. 결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일이 너무 꼬여있어서 깔끔하게 매듭을 짓는 것도 좀 이상하게보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좀 뜬금없이 끝나는감이 있다.


6. 읽으면서 사는 게 이런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어서 일어나는 일은 잘 없다. 우연히 어떤 일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예상치 못했던 다른 일들이 꼬리를 물면서 일어나는 것이 인생 아닐까. 살면서 내가 의도한 대로 일이 진행된 것 보다 그렇지 않았던 적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소설 내용 처럼.


7. 그 와중에 현실감 있는 설정들도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도 역시 SNS가 등장하는데, 조용한 동네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니 SNS상에서 사람들끼리 연쇄살인범 놀이를 하는게 유행이 된다. 요새 유행하는 무슨무슨 챌린지처럼.


8. 쓰고 보니 딱히 남는 게 있는 소설은 아닌 것 처럼 보이는데, 읽을 때는 몰입해서 재미있게 잘 봤다. 근래 본 몇개 소설 중에는 이걸 제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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