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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Nov 26. 2018

아임 낫 파인

북리뷰 - 에세이

우울증에 관한 우울하지 않은 이야기

#아임낫파인 #이가희


1. 연예인들이 TV에 나와서 공황장애나 정신질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점점 인식이 바뀌어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내 주변사람이 정신과 치료를 한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러면서도 살면서 자기 스스로 ‘내가 우울증인가?’하고 의심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정신질환에 대해서 여전히 이렇게 이중적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인식의 간격을 조금이나마 좁혀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책이다.


2. 책에서 우울증이라는 질환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나오고, 대부분 우울증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우울증을 자각했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상처받은 이야기, 보호시설에서의 이야기 등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지만 주변에서 직접 듣기는 힘든, 그런 이야기들이다.


3. 일반적으로 예상할 법 한, 그렇게 무겁지 않은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고, 자해 등으로 인해서 보호시설에 격리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증언이 기억에 남는다. 격리형 정신병원의 경우 나도 사회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 격리되어 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대부분은 스스로를 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험 요소가 많은 사회로부터 격리해서 보호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자해가 남들에게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해서 스스로에게 그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남들에게는 폭력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감정적으로 연약해서 그런 것이구나 하는, 전에는 해본 적 없던 생각이 들었다.


3.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이 나오는 데,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었던 수준의 우울함으로 인한 이야기들도 많다. 나와 그 사람들이 다른 점은 그들은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았고 나는 그냥 혼자 우울함을 겪기만 하다가 나아졌다는 것 정도? 마음의 감기라는 말도 있듯이 결코 특별한 병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고, 특히 겉보기에는 활발하고 긍정적으로만 보이는 사람도 혼자 있을 때는 고통받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물론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긴 하지만,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4. 책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집필팀에게 우울증에 대해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우울증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내는 것이 먼저 아닐까. 매일 얼굴 보고 이야기 하는 밝은 성격의 사람들도 사실 우울증에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 정도 가지고 너가 무슨 우울증이야.’라고 말하게 되는 것은 우울증 자체를 너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으니까.


5. 그들이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사회적으로 비난의 눈초리를 받은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성소수자, 다문화가정 등등(탈모도 포함…). 정신질환도 그 중 하나다. 그들의 잘못도 아닌데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아니면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고통받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까지는 사회적으로 모두 동의할 것이나, 아직 우리는 감정적으로는 그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실상 까놓고 보면 소수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 개개인이 못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고, 나중에 돌아보면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할 만한 일들을 죄책감없이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6. 읽고나니 아 그것도 다 병이구나 하는 생각이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병에 걸리기 쉽듯이, 인생이 잘 안풀리거나 하는 이유로 무기력하고 지칠때 우울증이 걸리기 싑다. 또 유전적으로 암이나 어떤 병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 있듯이, 유전적으로 어떤 정신질환에 걸리기 쉬운 사람도 있다. 뇌도 신체의 일부인데, 당연한 이야기인데 나조차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정신병자라는 단어부터 없애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책이 모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우리는 책이든 영화든 아니면 다른 매체든 우울증을 비롯한 마음의 병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좀 더 자주 필요한 것 같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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