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지영작가 Nov 20. 2019

다시 오지 않을 오늘

나는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매일 엄마와 전화통화를 한다. 엄마와 통화를 하다보면 해야 할 일이 떠올라 금방 끊어버리곤 한다. 하루 종일 혼자서 외롭게 보내는 엄마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아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야지.’하면서도 막상 통화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곤 한다.

 하루는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또 들었다. 엄마는 우리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셨다. 장사를 하면서 힘든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어떻게 이겨냈는지, 돈 때문에 힘들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견뎠는지를 말이다. 

 결혼 전, 엄마와 단 둘이 보낸 2년의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나는 수면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그날을 떠올리며 내게 말했다.


 “그때 있잖아...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우리 둘 다 힘들었잖아...내색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위내시경을 하고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1주일동안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수술 당일에도 애써 씩씩한 척 연기했던 나였다. 엄마는 나보다 더 힘드셨을 것이다. 아마 한 숨도 못자고 나를 수술실로 보내셨겠지. 수술을 앞두고 결국 엄마는 눈물을 보이셨고 나는 웃으며 수술실로 향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눈물을 자주 흘리셨다. 그럴수록 나는 더 강해져야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울고 싶을 때도 꾹 참았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매일 눈물을 흘렸다. 서글픔, 힘겨움 그리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눈물에 담아 떠나보냈다. 내 인생에 가장 힘든 때라고 생각했던 그때가 지금 돌이켜 보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행복의 척도, 고통의 크기는 결국 나의 부족한 경험만으로 판단하기 쉽다. 고통이라 느꼈던 순간이 시간이 지나면 고통으로 기억되지 않듯이. 고통과 불행은 단지 그것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야하지 않을까? 이젠 더 이상 내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좌절도 실패도 고통도 슬픔도 모두 내 삶으로 기꺼이 안아주리라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뜨거웠던 그 해 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