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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Jan 28. 2020

사랑은 마지막 뒷모습이 중요하다

 누구나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한다. 헤어지고 나면 사랑했던 시간보다 행복했던 순간보다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다. 만나서 헤어지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마지막 모습을, 통화나 문자로 헤어진다면 그 사람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된다.


 좋은 순간에 ‘사랑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아무런 장애가 없는 상황에서 사랑할 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것 또한 그리 감동적이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순간은 바로 마지막 순간이다. 나는  헤어지는 순간에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헤어짐에 쿨한 사람이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에는 이상하게도 평소와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성격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성격이나 마음상태가 변할 수 있기에 이런 테스트를 할 때면 결과가 궁금하다. 예상했던 것 보다 나는 훨씬 더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순간에도 이성이나 본능이 아닌 가슴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맞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뭔 놈의 느낌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사람을 만나든 일을 하든 뭘 하든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가끔은 근거 없는 느낌에 이끌려 후회하는 자신을 만나곤 하지만 말이다. 물론 성격테스트는 확률일 뿐이지 100% 정답은 아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제시해준다고 믿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사랑을 할 때는 너무나 감성적이고 감정적인데 헤어지는 순간에는 이성적이었다. 만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줬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뭔가 여운을 남기고 싶었던 걸까.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진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사람을 존중하는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 헤어지더라도 언젠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다면 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그래도 웃으며 지나칠 수 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내 삶에 모든 순간에 ‘열정’이 있었다. 나도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사랑하면 그 사람만을 생각하고 작은 것에 서운하고 그러면서 늘 마지막 순간이 오지 않기를 기대했다. 사랑했던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을 때면, 내가 상처 주었던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만 같았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믿는다. 나에게 상처 준 사람에게 화내고 지워질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고 해도 끝난 건 끝난 거다.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그 말들이 스스로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굿바이는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고통스러운 이별의 순간도 내 인생의 한 조각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소중한 내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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