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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Jan 24. 2020

사랑은 상대방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

 나는 20대 때 많은 연애를 했다. 내 친구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 연애’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나 만나 연애를 했던 건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쉽게 사랑에 빠졌을 뿐. 나는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의 매력을 빨리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늘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그 사람만의 매력을 나만 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고 말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스러워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으니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만을 바라볼 수 있는 남자를 원했던 것 같다.


 내가 만난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남자와 나를 사랑하지만 힘든 상황에서는 자신만을 생각했던 사람이다. 두 사람 모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라고 말했었다.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난 후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음에 남는 사람은 전자였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조차 나를 먼저 생각했던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역시 내가 바라는 상대의 모습만큼 상대방에게 그런 사람이었나 스스로 물었을 때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현실이 힘들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버렸던 적은 없었다.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견뎌낼 수 있다고 믿었고 사랑의 고통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으니까.


 나는 영원한 사랑을 믿었던 사람이다. 이상주의적 사랑관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그런 연애를 해본 적이 있다. 결국 현실적 상황에 맞는 삶을 선택하는 우를 범했지만 영원한 사랑을 믿으며 사랑하고 기다렸던 내 연애의 기억은 인생에서 현실보다 이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으로 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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