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춰주는 노란 조명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우면, 사람들은 조명을 켠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보기 위해 조명을 켠다. 딸깍, 딸깍. 나의 방에는 하얀 갓과 은빛 기둥을 가진 조명이 하나 있다. 길게 내려온 줄을 살짝 당기면, 딸깍. 노란 불빛이 온 방을 휘감는다. 도톰한 이불을 한가득 덮는 것만 같다.
새로운 물건이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준다곤 한다. 나에게 따뜻한 노란 빛의 조명이 찾아온 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언니와 함께 이케아에 갔다. 그저 구경하러 가자 했을 뿐인데, 나는 조명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딸깍, 딸깍. 괜히 줄을 당겨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나에겐 조명을 실을 차도 없는데, 고스란히 안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집엘 가야 하는데, 이걸 사도 될까. 내 방은 그리 넓지도 않은데, 이런 큰 조명을 두어도 될까. 딸깍. 줄을 한 번 더 당긴 후 덥석 조명을 안았다. 그래, 데려가야겠다.
신나게 집으로 향했다. 양팔 가득 조명을 안고서는 그가 은은히 내 방을 비춰줄 순간을 기대했다. 이리저리 자리를 맞춘 후, 콘센트에 꽂고, 딸깍. 어두운 방에 노란빛이 감싸들었다. 쨍하니 하얗게 밝혀주는 천장 등과는 다른, 고요하고도 잔잔한 분위기의 조명. 그를 켜고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따뜻해서, 그 자체로도 너무 따뜻해서.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우면, 나는 노란 조명을 켠다. 그 아래서 활자를 읽고, 글을 쓰고,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고요한 밤을 즐기기 위해, 나와 마주하기 위해, 따뜻한 그 조명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