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캠핑의자
“옷 입어라.”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가족들이 모두 나간 현관문으로 따라 나갔다. 오늘은 어디로 가는 걸까, 늘 목적지는 잘 모른 채 ‘걸으러 가자,’ 한 마디에 따라나선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참 깨끗하게 맑다.
차를 세운 곳은 어딘가 주차장. 차는 별로 없고, 제멋대로 자란 풀이 가득하다. 아빠는 언제 챙기셨는지 간식이 잔뜩 든 가방을 꺼내셨다. 그리고 이어서 기다란 가방이 하나씩 나온다.
“오호이, 이게 뭡니꺼?”
아빠는 최근 캠핑 의자를 샀다며, 꺼내어 보이셨다. 엄마는 벌써 이 의자와 함께 몇 번 소풍을 나왔다며 조립 방법을 설명해주신다. 그리 어렵지 않다. 접힌 다리를 하나씩 끼우고, 의자 천을 하나씩 다리에 끼우면 완성이다.
네 개의 의자를 펼치고 자리에 앉았다. 제법 편안하다. 빵을 오물오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제가 아는 어떤 작가님은 방 안에 캠핑 의자를 놓더라고요, 생각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요. 앉아보니 편하기도 하고.
이름도 ‘캠핑 의자’라 방에 두면 어딘가 여행가는 기분이 들라나요.”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어느 봄날이었다. 언니는 몇 주간 친구와 양양에서 긴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익숙하지만 다른 긴 가방이 쥐어져 있었다.
“오 그거 뭐야?”
“캠핑 의자 샀다?”
그는 근사한 바다와 함께했던 의자를 데려왔다고 했다. 함께 모래 위에 앉아, 쏴아쏴아 소리내는 바다를 바라보았던, 의자.
우리는 그 의자를 거실에 자리잡아 주었다. 창을 열면 밖이 보이는 자리에, 함께 차 한잔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자리에.
그렇게 그 의자는 나의 하루를 채우기 시작했다. 작은 방에서 머리를 싸매다 밖으로 나오면, 언제나 그는 나를 맞이해주었다. 잠깐 쉬어 가. 차 한잔을 쥐고 의자에 앉아 밖을 바라본다. 쏴아쏴아, 어디선가 바닷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