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짭짤 올리브
스페인에 가자. 그곳에 가면 끝없는 올리브 나무가 있대. 동글동글한 열매를 단 나무들이 보고 싶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도 올리브가 있었지. 집 근처 화원에서 데려왔어. 기다란 키를 가진 올리브는 올리브색 화분에 담겨 있었지. 한 폭의 완벽한 그림 같았어. 올리브는 한 해를 잘 버텨주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잎이 둥그렇게 말리고 줄기가 마르고는 그만, 나를 떠나버렸지. 너무너무 슬펐어. 매일 아침 나는 햇볕을 좋아하는 너를 위해 창가로 데려다주었는데, 내가 어떤 실수를 했나 봐. 차마 말로 꺼내지도 못했을 너에게 미안해진다.
사실 나는 열매로 먼저 좋아했어. 피자 위에 있는 저 까만 동그라미는 뭐지 했다가, 샌드위치 안에 있는 이 고소한 맛은 뭐지 했다가, 치아바타 속 너를 만나곤 병조림을 사버렸지. 그 병은 빵을 불렀고 나는 금방금방 비워냈어. 우리 엄마도 나의 올리브 사랑을 알아차리실 정도였지.
가끔 술과 함께 등장하기도 하더라. 짭쪼롬한 맛이 제법 잘 어울리더라고. 하지만 함께 마신 그 사람은 올리브는 별로 취향이 안 생긴다고 했지. 이렇게나 맛있는데.
샐러드를 먹을 때도 최고야. 열매는 병에서 꺼내어 칼로 자른 다음, 샐러드에 뿌려주고. 올리브 오일과 간장, 식초, 레몬을 섞어 오리엔탈 드레싱을 만들어 얹어주면, 음, 정말 맛있다고!
아, 너에게 쓰는 편지에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스페인에 가자. 너는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너와 닮은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특히나 올리브 나무는 오래 산다고 하던데, 너를 참 빨리도 떠나보냈구나. 우리, 스페인에 가서 푸른 잎을 만나자. 푸른 열매를 만나자.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