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는 가치관이 들어간다, 사람이 쓰니까

by 후투티





지난 게시물에서는 언론이 기사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 관심을 끌기 위한 헤드라인을 선정해야 하고, 관심을 받을 만한 소재를 취재해야 했다. 그런 환경의 쳇바퀴는 점점 자극적 헤드라인 경쟁으로 이어진다..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사연들 속에서 사람들은 무뎌진다. 누가 딱히 잘못했다기보다는, 소식으로 경쟁해야 하는 환경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기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자도 여느 다른 회사원처럼 월급쟁이다. 회사의 철학에 반하는 기사를 쓰거나 누구의 이목도 끌 수 없는 주제의 기사를 썼다가는 권고사직을 당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타협이 이루어지는데, 큰 철학은 회사의 것을 따르더라도 그 안에서 작게,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는 기자가 정할 수 있다.


내가 일한 곳은 미술잡지사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쓴 기사의 종류는 작가 인터뷰 기사였다. 그 다음으로 많은 건 전시회 취재 기사였다. 입사 초반에는 일단 이 분야를 잘 모르기도 했기 때문에 어떤 인물을 인터뷰해야 할지는 데스크에서 정해줬다. 작가에게 연락해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완료하고 나면 인터뷰 자료와 나만 남는다. 비유하자면 장을 봐왔으니 이제 재료로 요리를 할 차례라는 것이다.


기자 선배님이 언급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


“기사는 프레임이야.”


무슨 의미냐고 여쭈었다. 선배는 글에는 결국 쓰는 사람의 가치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것이 타인의 입에서 나온 말을 정리한 글이더라도.


왜냐하면 글이란 건 하나의 주제로 묶이는 말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취재한 내용이 아무리 중구난방이어도 기자는 기사가 하나의 주제로 묶이도록 정리해야 한다. 하나의 주제로 묶이도록 정리하는 것이 바로 '편집'이다. 편집을 잘하는 기자가 독자를 끌어모은다. 단순히 사건을 보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보다 인터뷰 기사, 체험 기사, 심층기획 기사에서 편집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잡지 분야 특성상 나는 인터뷰 기사를 특히 많이 썼기 때문에 인터뷰 기사에 초점을 맞춰 얘기해보고자 한다. 특정 에피소드는 꼭 넣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과감하게 쳐내고, 내용이 하나의 결론으로 모여야 한다. 갑자기 주제에서 벗어나는 문장을 넣었다가는 읽는 흐름이 끊기고 독자는 - 저번 게시물에서 말했듯이 - 페이지를 덮거나 화면을 끔으로써 읽기를 포기한다.


기사 자체가 프레임이다.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정해진다. 요즘 시대에 맞게 표현하자면 ‘필터’가 더 적절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핸드폰으로 친구를 촬영한다고 생각해보자. 눈을 키워주는 필터를 씌우면 친구의 눈은 커지고, 모노톤의 필터를 씌우면 친구는 왠지 진중해 보인다. 그래서 기사를 쓰는 기자는 자신의 문장이 인터뷰이의 이미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지 잘 판단하면서 써야 한다.







프레임 이야기는 기사를 쓸 때 정신적으로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실질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글을 썼는지도 짚어 보겠다.


기사의 기능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 누구나, 남녀노소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야 한다. 글을 쓴 다음에 독자의 입장이 되어 다시 읽어본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바로 다음 문장을 읽고 싶어지는지 신경써서 구성한다.


한 달 동안 내게 주어지는 기사의 양이 정해져 있다 보니, 마감을 맞추기 위해서 한 달 동안 쓰는 글의 절대량이 이전에 비해 훨씬 늘었다. 빈 공간 앞에서 망설일 시간이 없이 일단 글을 던져야 했다. 글은 쓸수록 는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미술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취재하고, 제보를 받고. 정보를 남녀노소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고, 문장의 순서도 읽기 좋은 형태로 재배치한다. 무엇을 취재한 것이며, 어떤 문장을 더 앞줄에 넣을 것이며, 어떤 설명을 하나라도 더 추가할 것인지는 결국 자신의 이름을 거는 기자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미묘하긴 하지만 어떤 문장을 앞에 배치하는지에 따라 독자의 생각의 흐름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작가의 생각이 담긴 말, 인용구를 앞에 배치하여 작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강조할 수도 있고, 작가의 화려한 경력을 앞에 배치하여 작가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인지도를 쌓았는지를 강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작가의 첫인상을 완전히 결정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향을 끼치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 밖에 기사를 쓸 때 기술적으로 신경쓴 부분은 다음과 같다. 원래는 문장을 짧게 잘라서 써버릇 했는데, 그 부분을 선배에게 지적받았다. '문장이 짧고 힘이 너무 들어가 있다'고 그랬던 것 같다. 뭉친 걸 조금 풀어주고, 앞문장과 뒷문장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쓰고, 미술 잡지의 스타일에 맞게 조금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문장이 길어지면 문법적인 실수를 만들기 쉬우니까 처음에는 짧게 연습하는 게 맞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실전에 들어간 것이었고, 당장 독자들이 즐겁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했다. 어쩌면 내가 원하던 상황이었다. 수차례 선배의 검토를 걸쳐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고, 어느 순간 선배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 때는 이미 아주 많은 문장을 쓴 뒤였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워낙 짧은 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생각이 바뀌었는데, 그건 바로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이 교차해야 '읽는 맛'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엄격하게 꼭 짧은 문장 다음 긴 문장, 그리고 다음은 짧은 문장이 와야 한다는 것은 또 아니다. 짧은 문장을 조금 배치했다가, 긴 문장도 하나씩 넣어 주고. 거기서부터는 감의 영역이다.


글쓴이였다가 다시 독자가 되기를 반복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과연 다음 문장을 읽고 싶을지, 궁금해지는 내용일지 계속 고려하면서, 씨름하면서 쓴다. 이 부분에서는 소설 쓰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결국 많이 써야 그 감도 생긴다.. 나도 아직 감을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도 잡지사에 들어가서 쓴 첫 글과 1년 후 글을 비교해 보면, 실력 차이가 확실히 보인다.


마지막은 내가 참 좋아하는 문장으로 끝맺으려 한다. <월든>으로 유명한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한 말이다.


"글쓰기에는 어떤 것도 운 좋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떠한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은 기나긴 수련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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