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기자라는 직업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일의 일부로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이 직업이 가지는 매력이기도 하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갑자기 "인생의 전환점은 무엇이었나요"와 같은 깊은 질문을 하기는 원래 어려운 법이지만,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서 만날 때는 얼마든지 더 깊은 질문도 할 수 있게 된다. 인터뷰이가 자신의 친구에게도 선뜻 풀어놓기 어려운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가장 낯선 사람에게 하는 모순의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내가 있었던 잡지사는 특히나 인터뷰를 많이 하는 잡지였다.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내가 몸담았던 곳은 미술 분야이기에 인터뷰하는 인물의 95퍼센트가 작가였다.
실물 인터뷰는 인터뷰이에 대해 조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참 편리한 게, 작가에 대해 검색해서 그의 이력을 알 수도 있고, 그의 sns에 들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이에 대한 기초자료를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고 맞춤 질문을 준비한다. 어떤 교육과정을 거쳐 작가가 되었는지, 어떤 대회에 나갔는지, 나이가 좀 드신 분이라면 이 분야에서 어떤 요직을 맡고 있는지 걸어온 길을 보면 질문거리가 생긴다. 특이한 선택을 한 경우가 보이면 그것에 관한 질문도 준비한다.
다음 단계는 연락처를 얻는 것이다. 잡지사는 과거 취재했던 분들의 연락처는 이미 갖고 있고, 새로운 작가를 인터뷰하는 경우에는 작가를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작가 본인의 sns를 통해 연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자기 홍보 시대이니, 작가라면 역시 자신의 작품을 sns에 올리고 연락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겠다. 어쨌든 작가의 연락처를 받으면 연락을 해서 어떤 기사인지 설명한다. 작품세계에 대해 말하는 기사일 수도 있고, 작가의 곧 여는 전시회에 대한 기사일 수도 있다
이제 드디어 인터뷰를 하는 날이 왔다. 처음 인터뷰를 할 때를 떠올려 보았다. 초반 몇 회의 인터뷰를 할 때는 당연히 전날 긴장하고 걱정했다.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밑천이 드러날까 봐(?) 걱정한 게 가장 크다. 사실 걱정을 잠재우는 건 공부다. 할 수 있는 한 많이 그 사람에 대해서, 분야에 대해서 공부한 다음에 인터뷰이를 만났다. 떨리지만 애써 여유로운 척, 익숙한 척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야 긴장해서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일 수 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인터뷰어가 긴장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다. 인터뷰이는 인터뷰어의 전문성이 의심되어서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초보는 초보. 초반에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는 답변을 받아 적는 데 급급했다. 거기다 무엇이 핵심인지 감을 못 잡아 질문을 너무 많이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래도 질문을 많이 하는 게 분량 확보에는 도움이 된다. 사실 인터뷰 질문은 사전에 100% 준비해갈 수 없다. 일단 꼭! 물어봐야 하는 핵심 질문을 준비해가고, 현장에서는 핵심 질문을 주축으로 해서 추가 질문을 즉석에서 던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 인물을 잘 보여줄 만한 에피소드가 나왔을 때 추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인터뷰를 할 때는 재밌는 일들이 일어난다. 같은 주제의 기사를 쓰는 경우에는 여러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데,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같은 질문을 해도 어떤 사람은 신나서 대답하고, 어떤 사람은 어려워한다. 수줍은 사람도 있고, 사람을 많이 만나봐서 노련한 사람도 있다. 나를 못 믿는 사람도 있다. 나를 얼마나 봤다고 엄청 친해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나와 마음의 속도가 비슷한 사람도 있다… 욕심이 많은 사람, 욕심이 너무 없는 사람,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는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그러니까 다들 참 인간적이었다.
인터뷰이와 대화하다 보면 그의 삶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꽤 내밀한 배경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몇 사례는 기억에 남고, 몇 사례는 이제 가물가물하다. 그저 아픈 기억을 들여다봤다, 정도의 감각만이 남아있기도 하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오랜 구절에 공감하게 된다. 그것이 아마 내가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상처입히는 걸 보면 싫어지다가도,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거나, 대가 없이 친절을 베푸는 것을 보면 존경하게 된다.
인터뷰 자체에 자신감이 붙었던 건 다닌 지 6개월은 지난 다음이었다. 업계 용어에도 많이 익숙해졌고, 기사를 쓸 때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도 이해했다. 인터뷰이도 그걸 느낀 걸까. 내 인터뷰 진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남긴 감상은 ‘편안하다’였다. 작가분들은 대체로 실물 인터뷰 일정이 잡히면 긴장한다. 자기가 말을 잘 못 한다며 지레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내 글을 예전부터 봐온 사람이라면 더 잘 알겠지만, 나는 감정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불편한 기분인지 아닌지 살피는 일은 사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인터뷰하는 순간만큼은 그들이 편안하게 진심을 이야기하길 바랐다. 그건 사람의 진심에 관심이 많은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진심이 아닌 이야기가 누군가의 공감을 살 확률은 낮아지고, 기억에 남을 확률도 낮아진다. 기억에 남지 않는 글을 쓰는 건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즐거운 경험은, 기자생활 1년 후반쯤 갔을 때 꼭 내가 인터뷰해서 기사를 써주면 좋겠다는 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기자생활은 확실히 보람찼다.
인터뷰를 다 마치고 나면 이제 기사를 쓸 차례다. 지난 게시물 기사에는 가치관이 들어간다, 사람이 쓰니까에서 '프레임'에 대해 말했다. 프레임은 다시 말해 가치관이다. 내 프레임은 ‘창작자에 대한 애정’이었다. 어떤 작가든간에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빛난다… 그걸 발굴해서 보여주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독자들이 이 기사를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자연히 이 작가를 응원하게 되길 바라며 기사를 썼다. 그 작가가 아무리 커리어적으로 대단치 않은 결과물을 냈더라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왜냐하면 나 자신이 창작자이므로 그들에게 공감하기 때문이고, 사람의 창작 의지만큼 헌신적이고 진심인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허무한 우주에 내던져졌는데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푹 빠져 만들어낸다는 건 적어도 내가 삶의 즐거움을 무엇에서 느낄지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적인 일이다. 허무의 공포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일이다.
그러니 비록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본인이 즐겁다면 작게 시간을 내어서 창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