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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womanB Oct 04. 2020

집안일에 계획표는 무슨

집안일은 결국 닥치는 대로 할 테니, 베란다 인테리어나 구상해보기로 한다

 집안일 계획표를 작성하고 지키겠다고 한 지 반년 하고도 3개월이 더 지났지만 결국 내가 집안일을 하게 되는 순간은 단 두 가지였다. 양심상 그냥 둘 수 없거나 손님이 온다고 하거나.


 당장 처리해버리듯 집안일을 하다 보니 과정마다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것은 일처리가 다 끝나고 난 뒤 '아 맞다 사진 안 찍었다.'로 대체되었고 재난지원금은 나를 배달의 민족 애용자로 만들었다. 처음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의 집안일과 요리를 하며 느꼈던 소소한 행복은 잠시였고 일은 결국 일이었다.

 "이래서 집은 넒어야 하는구나. 어질러진 게 티가 잘 안 나려면." 장난과 부러움을 담은 친구의 말에 "맞아. 그래서 일단 혼자 살더라도 최소한 거실이랑 방 두 개는 있고 봐야 해." 라며 격하게 공감을 하는 24평 1인 가구로 정착하고 있는 나였다.


 입주 후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지금, 중간점검을 하자면 나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이 집에는 굉장할 결핍이 생겼다.


아직도 커튼이 없다.


거실 전구가 2개가 나갔다.


화장실 전구도 1개 나갔다.


안방과 책장방의 정체성이 아직도 없다.


 그와 함께 집안일 계획을 세우며 야심 차게 꿈꿨던 집안일 달력과 연재 계획은 당연히 무산되었다.  

 

 2020년 1월의 나 : 앞으로 위의 계획표대로 집안일을 하면서 달력에 해당 집안일을 표시하면서 집안일 달력을 만들어가고, 위에 나열한 항목들 중 미리 파란색 굵은 글씨로 표시한 것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 홀로 24평'에서 다룰 생각이다. 1년 동안, 각종 집안일이 규칙적으로 적혀있는 12달치의 달력을 인증하는 순간을 목표로 중간중간 관련 이야기들을 업로드하다 보면 1년 뒤, 2021년 1월에 쓸 '집안일에도 계획표가 필요하다-1년을 지내보니'(가제)를 긍정적인 결말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


 2020년 10월의 나 : 응. 그거 안되더라. 그래서 10개월 동안 브런치 못썼잖아.


 10개월 동안 브런치가 조용했던 것은 집안일을 계획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느라 글 쓸 시간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네이버 웹툰 '독립일기'가 시작되었다. '아, 내가 쓰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런 거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려내지 못할까.'에 자괴감이 들며 '역시 진짜 작가는 다르구나.'를 느꼈지만 그래도 임대가 끝나고 전세가 끝나고 내 집이 생기는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우선,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거실 장식장을 채우고 있는 이 상황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그래, 물건들이 무슨 죄인가.' 버리기도 귀찮고 내 인테리어의 일부가 되어버렸으니 다른 남자친구가 생기기 전까진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리고 집안일이야 사람이 살 수 있는 정도로 어떻게든 하게 되니, 그건 어떻게든 하게 둔 채로 저 휑한 베란다를 어떻게 하면 '커튼 없는 뷰'까지도 아늑해질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것저것 가득 채워진 거실 장식장(왼)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겠는 넓디넓은 베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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