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womanB Nov 08. 2019

눈 뜬 사람 코 베어가는 인터넷 가입 상담(1)

TV도 같이 신청하시면 인터넷 가격만큼 할인도 되고 현물 TV도 드려요.

 눈 뜨고 코 베인 인터넷 신청, 그 과정의 시작은 이랬다.

 인터넷 신청을 하기 위해 통신사에 전화를 했다. 상담원은 인터넷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TV 결합까지 추천했다. 인터넷과 TV를 같이 신청하면 할인이 더 들어가고 당시 행사 중이라 32인치 IPTV도 준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비용이 17,600원, TV는 16,500원인데 한 번에 신청하면 결합할인 1,100원이 들어가서 33,000인데 여기에 휴대전화 할인 8,250원이 들어가니 실질적으로 내는 비용은 24,750원이라고 했다.

 인터넷만 신청할 경우는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인터넷만 신청할 경우에는 결합할인은 없이 17,600원에 휴대전화 할인 8,250원이 들어가서 실질적인 비용은 9,350원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 상담원은 나에게 인터넷 선이 하나 추가되는 데 대한 휴대전화 할인이 추가되니 TV를 같이 신청해도 실질적으로 내는 비용은 인터넷 가격 정도이니 결합하는 것이 이득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약정은 인터넷은 3년 약정이라고 하면서 3년 동안 월 24,750원이라고 안내하며 굉장히 저렴한 가격임을 강조했다. 


 IPTV를 준다는 말에 혹해서, 그리고 TV를 함께 신청해야 결합할인이 들어간다 하니 처음에는 그것이 이득인 줄 알고 TV까지 가입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애초에 TV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에 TV를 둘 만한 마땅한 거실장이 없었다. TV에 맞추어 거실장을 사려하니 거실 식탁에서 TV를 보려면 높은 장이어야 했는데 그 정도 높이의 거실장은 굉장히 찾기 힘들었다. 거실장을 한참 찾다가 갑자기 이렇게까지 해서 화면이 그리 크지도 않은 TV를 받아야 하나 싶었다.

 그 덕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에 통신사에서 준다는 32인치 IPTV의 가격을 검색했다. 10만원대였다. 10만원대 TV를 받자고 10만원이 넘는 거실장을 보고 있다는 건 낭비였다. 게다가 나는 대학교 때 하숙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다 되는 기간 동안 TV 없이 살았고 앞으로도 넷플릭스나 TVING, 유튜브를 이용하지 굳이 편성표대로 봐야 하는 TV를 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TV라는 화면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더 큰 TV 기계를 사거나 빔프로젝터를 이용하면 되는 것인데 애매한 크기의 32인치 TV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것은 더욱 싫었다.


 그리고 TV 결합할인이 들어가서 TV와 인터넷을 인터넷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인터넷만 신청하면 9,350원x36개월=336,600원, TV와 함께 신청하면 24,750원x36개월=891,000원으로 554,40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었다. 그 돈이면 현물로 주는 32인치 IPTV보다 더 좋은 TV를 사고도 남았다.

 만약 TV와 결합했을 때에만 휴대전화 할인이 들어가는 거라면 당장 24,750원과 17,600원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어느 정도 논리가 맞을 수도 있었겠지만(그렇다고 해도 차액인 7,150원x36개월을 계산해보면 257,400원이었기에 현물로 주는 32인치 IPTV를 받아도 손해이다.) 인터넷만 신청해도 휴대전화 할인이 들어가는 상황임에도 상담원의 현란한 말 기술은 9,350원과 24,750원을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는 것에 아차 싶어 다시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다.


 "저 죄송한데요, 아까 TV랑 인터넷 신청했던 거 인터넷만 신청하는 거로 변경하려고요."

 "아 그러세요? 결합할인도 들어가는데 왜 취소하시는 거세요?"

 "제가 사실 TV를 안보거든요. 그래서 잘 보지도 않는 TV에 월 2만원씩 더 낸다는 게 아까워서요."

 "고객님 그러시면 할인 평생 못 받으시는 거예요. 이게 처음 결합을 해야 할인이 들어가는 거라서요."

 "아까 인터넷만 해도 휴대전화 할인 8,250원 들어간다고 하셨잖아요? 아니에요?"

 "아 네 맞아요, 휴대전화 할인 들어가는 건 맞는데 TV랑 결합하는 할인이 안 들어가요."


 사실 이미 정신을 차리고 계산기를 다 두르려 봤던 터라 인터넷과 TV 결합 할인 금액은 월 1,100원으로 1,100원 할인받자고 월 20,000원을 낸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네 그건 괜찮아요. 인터넷만 신청해도 아까 말씀하신 휴대전화 할인 8,250원 들어가서 17,600원에서 8,250원 빼고 월 9,350원인 거 맞죠?"

 "네 휴대전화 할인은 들어가요. 근데 고객님, 평생 할인 못 받으셔도 괜찮아요? TV도 안 드릴 거고, 나중에 TV 필요하셔서 추가하면 그때는 결합할인이 안돼요."

 "인터넷 약정 3년 끝나고 새로 가입하면서 결합하는 건 되는 거잖아요?"

 "네 뭐. 그래도 지금 하면 나중에 더 할인율이 커지는데, 평생 TV 안 볼 거 아니시잖아요?"


 계속 협박조 비슷하게 '평생'을 강조하는 것이 거슬려서 나도 적나라하게 말하고 물어봤다.


 "제가 이미 10년 가까이 TV 없이 살았고, 그거 현물 TV 주는 거 저한테 그렇게 큰 메리트 없어요. 자꾸 평생 평생 하시는데, 그게 제가 가입을 한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해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씀이신 거예요?"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인터넷만 하시니까 결합할인이 없다는 말이에요."

 "그럼 상관없어요. 취소해주세요."

 "그럼 고객님, 일단 알겠어요. 제가 그럼 조금 이따가 오후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오후에 전화가 왔다. 그러나 상담원은 바로 취소해주지 않고 나에게 한 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본인의 실적이다보니 어떻게든 날 기존대로 가입하게 하고싶은 것 같았다.

 "고객님, 이게 결합할인이 오래 가입하실수록 할인율이 커져서 저희 고객님들중에는 9,000원대로 TV랑 인터넷 이용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고객님도 지금 가입하시면 그렇게 되실 수 있는건데 아깝지 않으세요? 내일 오전까지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내일도 취소하신다고 하면 그때 취소해 드릴게요."

 "네, 그럼 내일 오전에 전화 주세요."


 이 인터넷 약정이 끝나는 3년 뒤, 나같이 TV를 보지 않는 사람은 많아질테고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TV와 인터넷 결합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결합상품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또 만약 직원 말대로 할인이 '평생' 안된다고 하면 통신사를 바꾸면 되는 일이었다. 아쉬울 게 없었다.


 다음날, 오전이 지나도록 상담원에게 전화가 오지 않아 내가 직접 통신사로 전화해 그 상담원을 찾았다.

 "연락을 안주셔서요. 저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인터넷만 신청할래요."

 "네, 알겠습니다. 취소해 드릴게요."

 "가격 한 번만 다시 확인할게요. 인터넷 17,600원에 할인 8,250원 들어가는 거 맞는 거죠?"

 "네 그건 확실히 맞아요."


 상담원은 전날과는 달리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TV와 인터넷 신청을 했을 때는 바로 왔던 요금 안내 문자가 오지 않았다. 다시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다. 다른 상담원이 받았고 방금 TV 취소하고 인터넷만 신청하는 것으로 변경했는데 요금 안내 문자가 오지 않는다고 하자 확인하고 보내주겠다고 했다. 금액이 정정된 요금 안내 문자가 도착했고 나는 그렇게 상술을 잘 피했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 통신사에서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 약정할인을 가입하겠냐는 전화였다. 내 휴대전화가 2년이 지난 지 좀 되었기 때문에 요금할인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2년 약정에 가입했고, 인터넷으로 8,250원, 그리고 이 약정할인으로 추가 할인이 되어 전화요금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내가 몇번이고 확인한 휴대전화 할인 8,250원이 들어간 인터넷 비용 9,350원이 결국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

이전 13화 10년 만의 베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