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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들리Ridley Jul 03. 2023

피해자의 이름과 피의자의 이름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게임에서 알게 된 남성과 연락을 주고받다 몇 차례 만났다. 단둘이 만나기도 했고, 여럿이서 만나기도 했다. 그러다 여럿이서 만났을 때, 남성은 다른 남성에게 시비를 걸더니 이내 그 여성을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차단을 당했다. 여기에 앙심을 품은 그는 여성을 스토킹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과 여성의 동생, 여성의 어머니를 수십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그리고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기초생활 수급자였는데, 그녀는 십여 년 전 가족을 버리고 사실혼 관계의 남성과 생활하며 딸을 낳았다. 그러나 그녀는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았기에 서류상의 문제로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1월 8일, 그녀는 아이를 질식시켜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질러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녀는 죽지 못하고, 결국 자수한다.      

 이 사건들의 이름은 각각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과 인천 미추홀구 8세 아동 살해사건이다. 굉장히 혐오스러운, 인간이 인간을 살해한 더러운 범죄다. 있어서는 안 될 범죄.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왜 피해자가 ‘살인사건’이라는 단어 앞에 붙어 있어야 하는 걸까.


     

 피해자의 이름을 각인하는 편이 감정에 호소하기 쉬워서? 그래서 대중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어서? 이유가 어찌 됐건 이것은 잘못되었다. 잘못되어도 한참. 피해자의 이름이 살인사건이라는 극악한 단어 앞에 붙는다거나, 하다못해 어떤 지명이 그 앞에 붙는 현재의 사건 작명 방식은, 피의자를 피해자의 이름 뒤로 숨기는 행태에 불과하다. 피의자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잊히는 순간이 된다. 깊이 각인돼야 할 그들의 이름 석 자가 제대로 각인되지 않는다. 피의자 대신 피해자가 대중들에게 각인된다. 피해자의 영혼이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한을 품게 된다. 2차 가해다.     



 바꿔야 한다. 그들의 죗값을 세간에 각인하는 데 있어 일말의 감경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피해자를 위해서이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서다. 앞서 언급한 사건의 이름은 모두 바뀌어야 한다. 피해자 대신 피의자의 이름 석 자를 박제해야 한다. 이를테면 세 모녀 살인사건 대신 김태현 살인사건으로 바꾸는 것처럼.     



 덧붙여, 이들의 혐오스러운 행위를 ‘잔인하다’, ‘파렴치하다’라고 표현하는 대신 ‘역겹다’, ‘혐오스럽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잔인하고 파렴치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훈장처럼 다가오므로. 범행 행위와 수단을 상세히 소개하는 매스컴이 다시 한번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첫 번째는 피해자를 위해, 두 번째는 나와 이웃의 안전을 위해, 세 번째는 피의자의 단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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