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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xley Jul 09. 2023

매일 같은.

  매일 같은 곳을 걷는다. 매일 같은 카페에 간다. 매일 같은 커피를 마신다. 매일 같은 시를 읽는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난다. 매일 같은 영상을 본다. 매일 같은. 매일 같은. 매일 같은.     



  지루한, 혹은 안정된. 안정은 지루함과 별반 다를 것 없고, 나의 안정은 지루하다. 그럼에도 늘 안정된 일상을 택하는.     



  안경을 샀다. 여섯 번째 안경. 토요일이면 올 줄 알았지만, 택배 기사가 많이 피곤했나 보다. 일요일에는 초인종이 울리지 않아. 새로운 선물 같은 거다. 지루한 일상에 내가 던질 수 있는 최대한 무거운 돌이지.   



  나는 일상을 사랑해. 나는 나의 무료한 일상을 애정해. 그렇지만. 권태. 애증. 어찌하지 못할.    


 

  우중충한 날씨와 90%가 넘는 습도를 뚫고 걷는다. 이건 나의 죄일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죄일까. 매일 같은 더위와 습도를 품어 안는다.     



  사람들의 짓이겨진 표정들. 나의 축축한 귓가. 설문 조사를 하러 나온 자원봉사자들. 탈을 쓴 여자와 남자. 입 맞춘다.      



  운전은 하지 못해. 그래도 가고픈 곳이 많다. 나의 바다를 찾아 떠나고 싶어. 바다야 나를 기다리고 있으렴. 나의 지루한 안정을 데리고 갈게. 언젠가 너에게 소개할게.     



  낮은 너무 덥고 밤은 너무 습하다. 피가 탄 물고기. 커피를 물들인 얼음이 증발한다. 방울방울 시간이 맺힌다. 붙잡을래.     



  매일 같은 곳을 걷는다. 매일 같은 카페에 간다. 매일 같은 커피를 마신다. 매일 같은 시를 읽는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난다. 매일 같은 영상을 본다. 매일 같은. 매일 같은. 매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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