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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xley Jul 08. 2023

카페인 중독자의 삶

  나는 카페인 중독자다. 카페인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도 카페인을 끊지 못한다.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니 중독이지.     



  손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덩달아 막연한 불안까지. 안 그래도 불안이 심한 사람인데, 나는 사서 불안해한다. 끊어야 좋다는 걸 알지만, 끊지 못한다. 그런데도 왜 커피를 끊을 노력조차 하지 않느냐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남들처럼 정신을 깨우려고. 나머지 하나는 붓기를 빼기 위해.     



  외모 강박이 심한 편이다. 수시로 거울을 보고, 수시로 머리를 만져댄다. 붓기 관리도 그런 강박의 일환이다. 붓기가 빠지지 않은 채로 바깥에 나갈 수 없다는 신념이 있다. 그래서 오래도록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붓기를 관리할 수 있을까. 결론은 카페인, 커피였다. 작년부터 알아챘다. 이상하게 커피를 마시면 소변이 자주 마렵고 탈수가 오는 기분이 들었다. 알고 보니 카페인이 수분 배출을 촉진하더라. 수분은 곧 붓기를 좌우하는 요소였고.      



  매일 학교 가기 전 저가 커피숍에서 투 샷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마셨다. 얼굴이 부은 채로 학교에 도착할 수 없다는 생각이 심했으니깐. 부은 내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이번에 휴학하지 않았더라면 가을쯤에 그 커피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되지 않았으려나.      



  아무튼, 오늘도 커피를 마셨다. 레쓰비 두 캔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많이도 마셨지. 그렇지만 굳이 붓기 관리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커피가 아니면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 기분이다. 나 아직 젊은 편인데. 벌써 낡아버린 걸까.     



  커피를 놓을 수 없다. 커피는 나의 삶, 나의 약. 오늘도 불안하지만 커피를 마신다. 많이도 마신다. 커피로 인한 불안은 두렵지만, 커피의 효능을 놓을 수도 없다. 이쯤 되면 애증의 관계 정도 되려나.    



  아마 내일도 커피를 손에서 놓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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