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xley Jul 09. 2023

방 안에 둔 장미가 사흘 만에 썩어버렸다.

  너희들은 멍청해. 어쩌면 내가 멍청하려나. 뭐, 내가 멍청하다고 해도, 그렇다면 내게 너희들은 멍청하게 느껴지겠지. 그러니 누가 멍청하든 상관은 없어.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아무튼 무슨 말인지 알겠지?     



-

  무릎이 튀어나온 바지를 입는다. 아끼는 바지였는데. 나는 너를 놓지 못하나 봐. 누군가 너와 나를 추레하게 쳐다보더라도, 나는 너를 버리고 싶지 않아. 우리가 보낸 시간을 생각해 봐. 내가 너를 쉽게 생각할 수 있을지.     

  방 안에 둔 장미가 사흘 만에 썩어버렸다. 너도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꾸깃꾸깃 꼬아 쓰레기통에 쑤셔 박았다. 낡은 꽃잎들이 가는 길 곳곳마다 흩날렸다.     



-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리 친하지 않은 남자 동기는 물었지. 웬 심경의 변화가 있었니? 아니 그런 건 없었어. 그냥, 그냥.

  그날은 유독 더웠고, 나는 너무 충동적인 사람이었고, 학교 앞의 미용실은 저렴했다. 미용사는 내게 왜 갑자기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건지 물었다. 나도 이유는 몰랐다. 그저 충동이었지. 때마침 적당히 모든 상황이 딱딱 들어맞는.



-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비만 내린대. 어쩌지. 나는 비가 싫은데. 너를 만나려면 우산을 써야 한다. 우산이 우리 사이의 거리를 넓힐 거야. 아찔하네. 오래 걷기는 힘들겠지. 오랜만에 보는데 말이야.     



-

  요즘은 시를 읽어. 어렵고 곤란한 단어와 문장들이 전시된 공간이더라. 나 너무 바보 같다. 이건 상식 이상의 어휘야. 그래도 재밌어. 아마 계속 읽겠지. 아빠한테 말하려 해. 오늘은 서점에서 시집을 사서 읽었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같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