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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xley Jul 09. 2023

모든 죽음에는 사람이 존재한다.

  문장 한 줄만 떠오르면 돼. 그러면 너를 붙잡아 내 앞으로 둘 수 있어. 결코, 도망칠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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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사람을 죽인다. 모든 죽음에는 사람이 존재한다. 가령 타살만큼이나 자살에도 타인이라는 이유가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테야. 나만큼은 너를 살리려 할 거야. 불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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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이 세차게 달린다. 온갖 불안을 안고서. 나는 어찌할 바 모르지. 그냥 집 안 이곳저곳을 반복해서 돌아다닐 뿐이야. 그러나 그런 행위가 나의 해답이 될 순 없어. 임시방편으로 약을 삼킨다. 아침약과 저녁약은 똑같아. 나는 물을 먹지. 차라리 플라시보가 더 효과적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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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사랑들을 되짚는다. 지나간 얼굴들을 그려본다. 어여쁜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더는 상관없으니 어떤 미사여구도 붙일 수 없겠지. 붙여서는 안 된다. 일일이 세워둔 자존심이 태풍에 휘어진다. 힘이 풀려. 당신들은 왜 그리도 나를 떠나서. 나는 왜 그리도 당신들을 떠나서. 이토록. 왜.     


  멀어져 간다. 평행선을 달린다. 이어질 수 없는 함수. 결국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지긋지긋한 운명론. 나는 희망 앞에 선 맹인이야. 작아진다.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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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잖은 미소를 짓는다. 더러운 단어들과 짓이겨진 표정들. 내 소설을 당신의 외설로 보지 마세요. 당신은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저열했다. 결코 누구의 성에도 찰 수 없는 인간. 다행인 줄 알아. 당신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깐.     


  어지럽고 뾰족뾰족한 설거지 소리가 들린다. 싫어 진짜. 그만했으면 하는데. 그럴 때마다 신난 듯이 접시를 던져대지. 으악. 최악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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