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오늘 차 한 잔 어때요?
졸업 선물로 차 세트를 받았다. 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교회 전도사님이 보내주신 선물이었다. 구성품은 얼그레이 차부터 히비스커스 차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먼저 좋아하는 차를 선물 받았다는 것이 기뻤고, 상대방이 나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전도사님에게 감사를 표하며, 배송지에 집 주소를 입력하였다.
'차 한 잔의 여유'라는 말이 관용구처럼 쓰일 만큼 따뜻한 차는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몸에 따뜻한 것이 들어가면 몸의 긴장이 풀리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차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여러 차 중 특히 허브차는 차마다 다른 효능을 가지고 있어, 원하는 효능이 필요할 때 자주 찾아 마신다. 성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몸을 가졌기 때문에, 커피의 카페인이나 에너지 음료의 타우린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차를 더 찾게 된다.
새로운 차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가는 건 언제나 설렌다. 똑같은 맛을 보장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도 좋지만 나만 아는 카페에서 나만 아는 맛있는 음료를 발굴하면 왠지 모를 성취감마저 느껴진다. 일단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메뉴판을 살펴보면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아메리카노, 라떼 같은 커피 종류부터 우유가 들어간 음료, 에이드, 스무디 등등. 그럼에도 많이 찾는 음료는 메뉴판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차 종류다. 차도 나름 카페에서 취급하는 음료인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차 전문 카페가 아닌 이상 차 메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사람들이 차의 매력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다. 차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단 말이다!
커피는 쓰기도 하고 카페인이 너무 많으면 잠을 못 자서 패스. 사실 내 입맛은 달달한 라떼나 셰이크 쪽에 가깝긴 하다. 예전의 나는 스트레스 받을 때는 무조건 단 음료를 먹는다. 단 음료가 몸에 들어가면 당이 혈액을 타고 도는 것이 느껴지면서 충전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고체가 아니라 액체여야 한다는 것. 그렇게 식후에 달달한 음료를 실컷 먹었더니 살이 많이 쪄버렸다. 잔뜩 쪄버린 몸을 보고 나서, 단 음료를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단 음료를 끊고 있다. 그래서 나의 사랑인 아이스티도 요즘은 안 먹고 있다. 정말이지 사랑하는 것을 끊어내는 건 고통스러운 일임을 절실히 느낀다. 아무튼 그래서 단 음료도 패스한다. 결과적으로 남는 것은 차 종류이기 때문에 내게는 차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제일 좋아하는 차는 페퍼민트다. 집중에 좋은 차라 보통은 점심식사 후 카페에 갈 때 많이 고른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민트 계열이지만, 모든 민트를 사랑하기 때문에 괜찮다. 그래서 페퍼민트도 당연히 내 사랑이다. 페퍼민트는 특유의 화한 맛이 기분을 전환시켜주어서 좋다. 생각해보니 이건 사랑을 다른 사랑으로 채운 꼴이 아닌가. 차를 마실 때는 최대한 감각을 이용하려 한다. 마치 와인을 마시는 소믈리에처럼 차를 대하는데, 먼저 색깔을 살피고 향을 맡은 다음 맛을 본다. 대부분의 차는 향이 좋기 때문에 좋은 향으로 후각이 자극될 때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편이다.
그렇게 오늘도 카페에서 차를 주문해 마신다. 만들어진 차를 가져가려고 하니, 카페 점원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티백을 너무 오래 담가 놓으시면 쓸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때 빼셔야 해요.”
그래, 티백을 너무 오래 담가놓으면 차가 써졌지. 그렇다고 해서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은 채로 티백을 빼면 밍밍한 차를 맛보게 되고. 맛있는 차를 맛보기 위해서는 적당히 차가 우려질 때에 티백을 빼야한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삶도 그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의 자세. 차가 나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준 것 같아 차에게도 고마운 순간이었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농도의 차.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