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쉽지 않은 세상
생각하기가 뭐가 어려울까? 그냥 생각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게 그렇지 않다. 생각하기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유로운 상상을 하라고 하더라도 어렵고, 주제를 제시해준다해도 쉽지 않다.
나의 문제
나의 內的(내적)으로는 業(업)이라는 이유로 생각하기가 쉽지않다. 業이란 고정관념, 습관, 가치관을 말하는데 이것은 오랜 시간동안 나도 모르게, 혹은 의도적으로 고착시킨 결과라서 쉽게 바꾸기 어렵다.
또한 모호함에 둘러쌓여 있다. 예를 들어보면 자신이 갖고싶은 것의 실체를 잘 모른다. 갖고싶은 것을 좀 더 들어가보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구별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원해서 갖고싶은 것인지, 필요해서 원하는 것인지, 원해서 필요한 것인지 헷깔려한다. 다 그게 그거 아닌가 생각하지만 다르다. 원하는 것은 없어도 괜찮지만 필요한 것은 없으면 곤란하다.
집중이 잘 안되는 이유도 있다. 잡념을 걷어내고 일심을 만들려하지만 마음대로 안된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잡념 때문에 정작 하고싶었던 것을 못한다. 게다가 일심을 만들었다해도 이번엔 금새 복잡해진다. 이쪽 저쪽, 갈팡 질팡하다보면 생각이 정리가 안된다.
나의 外的(외적)으로는 심리적 환경과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들 수 있다. 내가 불안, 초조한 상태에서는 좋은 생각이 나오기 어렵다. 시험 보려 하는데 두려움이 앞서면 그 시험은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
물리적이나 사회적으로 시끄럽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어도 집중하기 어렵다. 집중이 안되면 생각을 한다해도 비효율이다. 집중한 10분이 집중하지 않은 1시간보다 낫다.
남의 문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려 하거나 배우려할 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알고자할 때도 어려움이 따른다. 지식이나 경험의 깊이가 나와 같지 않으므로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친구들도 다르고, 학력이나 실력도 다를 뿐더러 스승의 가르침도 다르고, 관심분야도 다르며,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느낌도 다르다. 다른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찌 짧은 시간에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순서도 영향을 준다. 생각하고 말하는 순서가 남과 내가 다르다. 남은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순서를 바꿔가며 말을 하지만 나는 들리는 순서대로 이해하려 할 뿐이다. 사실과 의견을 섞어서 말하면 그 둘을 구별해내기도 쉽지 않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문제
마지막으로 나도, 남도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사회구조적으로 그런 곳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최근 대학교육의 문제로 대학생들이 실력보다는 스펙을 쌓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상황은 명백히 내 자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 사회는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렇게 한다.
공부가 내 사고의 폭을 넓혀주어야 하나 오히려 더 좁히고 있다. 공부는 시험성적을 높이는 노력에 머물고, 경쟁사회에서 이기기 위한 도구에 불과해졌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