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촌 향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VN Solo Nov 02. 2019

토요일 새벽, 강변북로를 타고.

- 이촌, 향도 (3)


 백만 년 만에 클럽에 갔다. 핼러윈이 하루 지났으나 금요일 밤의 이태원의 시간은 뒤죽박죽이었다. 다행히 조커들의 수가 많지 않아 폭동의 위험성은 없었다. 케익샵은 우리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유명 클럽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과 무섭게 생긴 러시아 형님의 테크노 믹스에 어설프게 들썩이는 사람들만 있었다.

 이태원역 반대편까지 걸어 힙합 클럽이라는 캄튼에 갔다. 호객꾼이 우리를 5분 정도 기다리게 한 후 무료로 들여보내 주었는데 충격적이었다. 이태원의 힙합은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새벽 두 시의 클럽에 사람이 열 명 있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것도 불타는 금요일에.



 친구는 결단을 내렸다. '홍대의 브라운으로 가자.' 술을 좀 마셔서 말리지 않았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친근하게 몇 번 말을 걸어오셨으나 평소와 다르게 적당히 멋쩍은 웃음으로 응대했다. 내가 입은 걸 보고는 누가 놔두고 간 지 보름 된 가죽 재킷을 주시겠다고 했으나 친구는 받지 않았다. 재밌는 광경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브랜드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강변북로를 타니 10분 쯤 걸려 합정에 도착했다.

 브라운, 들어가자마자 투포리듬이 우릴 반겼다. 이거지. 택시에서 술이 좀 깼으나 무릎이 저절로 반응했다. (어깨를 들썩이면 안 되고 무릎으로 바운스를 타야 한다) 자유 드링크 한 잔씩 마시고 디제이 앞쪽으로 옮겼다. 드레 - 제이 콜 - 나스. 오 마이 갓. 붐뱁은 역시 클래식이다. 네 시까지 줄곧 춤만 췄다. 웃겼을 것이다. 흥에 겨운 누님들과 리듬을 맞추며 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간혹 슬로우 잼이 나올 때면 커플들의 꼴불견이 더욱 눈에 띄었으나 나 역시 그럴 여자가 있었으면 살을 맞대고 입을 맞췄을 게 분명하다. 다음 인연은 음악 취향이 같거나 소설을 좋아하면 좋겠다(추리 소설도 괜찮다). 아니면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여자.



 올드스쿨이 연이어 나오니 버티질 못하고 기진맥진하여 돈수백으로 향했다. 부산 출신으로서 돈수백의 돼지국밥은 훌륭했다. 다음엔 어사출또-브라운-돈수백 풀코스를 돌기로 다짐했다. 택시를 타고 들어오니 여섯 시가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떠오르는 햇살을 감지하며 틴더에서 채팅을 좀 하다 잠들었다. 열 두 시에 일어나니 숙취에 머리가 아파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감의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