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팝업스토어 기획자를 하면 안되는 세가지 이유

주니어 마케터의 시점에서 적은 BTL 마케터 직무의 단점

by JIN

최근 대한민국은 팝업스토어 공화국이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팝업스토어 유행이 불고 있다. 당장 성수에만 나가봐도 정말 많은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소비자와 대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기획자, 팝업스토어 기획자 같은 직무가 전보다 주목받게 된 것 같다.


나는 앞서 BTL 대행사에서 1년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BTL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경험을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영역인데 위에서 말한 팝업스토어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근무 경험이 길지 않지만 내가 직접 일을 하면서 느꼈던 팝업스토어 기획자의 어려운 부분을 적어보고자 한다.




1. 상상 이상의 극악의 워라벨

여느 대행사가 다 그렇겠지만 BTL 대행사에서의 워라벨은 극악이었다. 물론 1~3월까지는 비수기로 나름 삶다운 삶을 보낼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날이 풀리는 4월부터 연말 행사들로 가득한 12월까지는 퇴근 후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적당히 워라벨이 없는게 아니라 정말 없다. 시급으로 치면 최저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워라벨이 없어지는 이유야 많지만 특히 화나는 이유들이 있다. 첫 번째는 광고주의 취향이다. 돈을 받고 임하는 일이기에 그들의 취향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가끔은 너무 사소한 포인트에서 업무가 지연이 된다. 데스크에 놓을 그릇 디테일, 스태프들이 입고 있을 단체티의 삽입될 로고 크기 등 정답을 말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광고주의 취향이 맞는 제품을 찾을 때까지 여러 유통 사이트들을 헤매곤 한다. 본인은 명함 꽂이 한 개를 2~3시간에 걸쳐서 찾은 적도 있었다. (주니어 기획자는 이러한 류의 사소한 업무도 담당해야 한다..)


다음은 프로젝트의 결정권을 가진 광고주 측 회의는 항상 오후 늦게 끝난다는 것이다. 오후 5시쯤 느지막이 정리된 내용을 내일까지 회신 바란다며 메일로 전송 후 본인들은 각자의 저녁으로 퇴근하겠지만 그로 인해 대행사 직원들의 저녁은 오피스에서 흐르게 된다.


2. 새벽에도 번뜩 잠에서 깰 정도의 심리적 압박

다음은 심리적 압박이다. 팝업스토어 프로젝트에 필요한 예산은 몇천만 원 단위의 금액에 큰 금액들이 대부분이다. 큰 금액이 걸린 만큼 광고주에게 보고하는 서류, 제안서, 실행계획 등 하나도 허투루 작성할 영역이 아닌 것이다.


주니어로서 내부에서 저지른 실수라면 빠르게 사과하고 다시 바로잡으면 되지만 이미 광고주 측에게 그 문제가 넘어간다면 일은 더 이상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게 된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더라도 스스로 오는 자괴감과 이후 받아야 할 피드백에 앞이 하얘지기도 했었다.

이런 과정에서 점차 위축되어 어느 순간에는 이미 넣은 발주물에 혹여 실수가 없었는지 새벽에도 번뜩 잠에서 깨어나기도, 사수에게 보낼 내용을 정리한 메신저의 엔터 키를 누르는 것조차 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끼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을 극복해 가면서 어엿한 시니어가 되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3.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아쉬운 소리

삶의 신조가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도 말고 듣지도 말자이지만 팝업스토어 기획자로 근무하면서 위 신조는 철저히 부서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팝업스토어 오픈 2일 전, 광고주의 급작스러운 요청으로 이미 컨펌이 난 인쇄물의 디자인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대행사가 할 수 있는 건? 물론 첫째로는 광고주를 설득하는 것이나 그 요청이 합리적인 이유에 있다면 결정권은 광고주에게 있다. 설득에 실패할 경우 결국 물리적으로 가능한 경우라면 인쇄 발주를 담당하는 협력사에게 찾아가 한번만 도와달라며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찐최종, 찐찐최종 같은 슬픈 밈이 생기는 것이겠지)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이 표현은 참 잔인하다. 디자이너가 밤을 새워 작업하고 여러 곳의 인쇄소에 동시 발주를 맡긴 다음, 그마저도 전량 인쇄를 기다린다면 일정에 맞출 수 없으니 급하게 나온 것부터 몇 회에 나누어 배송을 받는다. 이렇게 사람을 갈아 넣으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못한 일은 대체로 없다. 이를 갈며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며 일하다보면 결국 협력사 직원에게 똑같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이래서 심연을 보다보면 심연도 나를 보게 된다.. 와 같은 말이 나온걸까)




이렇게 내가 팝업스토어 기획자로 근무하며 가장 어려웠던 3가지를 적어봤다. 어디까지나 대행사 그리고 주니어 연차의 시점에서 적은 것이라 편향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극적으로 적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다 사실 기반으로 적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팝업스토어 기획자의 장점 그리고 실질적으로 어떠한 일을 하는지에 관한 글도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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