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Casino

1부 Meeting and Greeting (완)

by kim

4


약탈꾼



태풍을 피하고, 열기를 뚫고, 마을과 도시를 약탈하며 사막의 생명수인 물웅덩이를 노리는 자들 사막의 무법자, ‘약탈꾼’들이었다. 귀를 찢을 듯한 엔진음이 사막을 뒤흔들었다. 건조한 사막 속 금속음의 물결이 파도처럼 마치 밤의 어둠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소녀는 긴장된 표정으로 몰려오는 바이크의 물결을 보고 있었다. 소녀는 입술을 깨물고 바이크들의 맨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맨 앞 바이크에선 쓸데없이 화려하게 긴 배기관으로 장식이 되어 있는 삼륜 바이크가 비정상적인 엔진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콘크리트 철근을 어깨에 주렁주렁 단 흉터 투성이의 남자가 있었다.



“잭슨..!” 소녀는 놀랐다.



잭슨. 이 근방에서 잔인하기로 소문난 놈. 철근을 매단 어깨가 반짝였다. 양아치 집단이지만 잭슨은 이 근방에서 잔인하기로 유명한 크리피 페이스의 행동대장이다. A78 역시 가장 앞에 있는 남자를 주목하고 있었다.



A78과 소녀는 서둘러 옥상난간에 몸을 숨기고 주시하고 있었다. 소녀는 A78의 엔진소리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조용하지만, 그 속도는 달랐다. 건물 안에서 들리던 낮은 회전음과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소녀가 로봇에게 말을 걸기도 전에 로봇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이 바보!” 소녀의 말을 들은 걸까 로봇의 카메라는 소녀를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소녀의 모습은 멀어지고 있었고, 로봇은 빠르게 앞으로 나갔다. 놈들이 소녀가 사는 집을 알아채기 전에 만나기 위해서!



5



“뭐야?” 잭슨의 눈앞에는 달빛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물웅덩이 앞에 이상하게 생긴 모자와 빛이 나는 스크린 그리고 검은 코트를 입은 로봇이 서있었다.



이미 한밤중이기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키를 보니 서있는 자세가 인간 같지 않았다. “구 시대의 유물인가?” 잭슨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춤에 있는 더블배럴 샷건에 손을 뻗고 있었다.



잭슨의 바이크는 빠르게 로봇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바로 로봇에게 부딪힐 거처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로봇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잭슨은 그런 고철덩어리가 궁금했다.



바이크는 A78의 바로 눈앞에서 시끄러운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멈췄다. 모랫바람이 사방에 날리기 시작했고, 거대한 거구인 잭슨과 키가 큰 A78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대장 그 빌어먹을 고철은 뭡니까?! 하하하!” 주위에서도 그의 패거리들이 모여들었고 모두가 위압적인 태도로 A78을 노려보았다.



“뭔지 모르겠지만 팔면 좀 재미 좀 보지 않겠어? 하하하하” 잭슨 역시 그런 패거리들의 위압적인 분위기에지지 않을 강렬한 투지를 내뿜고 있었다. 그는 로봇의 어깨를 더블 배럴 샷건으로 툭 툭 치며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상품의 가치를 알아보듯



“이거 꽤 물건일지도 모르겠는데? 우선 입고 있는 옷도 처음 보고 꽤 값이 나가는 거 같잖아?”



잭슨이 입맛을 다실 때



“Let’s Gambling”



A78은 모니터를 돌려 잭슨을 응시했다. 스크린의 웃는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당당하게 잭슨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오 뭐냐? 싸울 거냐? 엉?” 잭슨은 그런 로봇의 반응에 놀라워했다. 그때 어떤 부하가 부숴버리죠 라며 총을 겨누자 잭슨이 “닥쳐! 내가 알아서 한다!” 라며 으르렁대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A78은 조용히 잭슨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 다음 그에게 컵을 3개 보여주었다. 그리곤 주위 납작한 바위에 볼트 하나와 돌멩이 2개, 컵 3개를 올려두고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잭슨을 지목했다. 로봇의 그런 건방진 태도에 열이 받은 잭슨이었지만 주위에서 로봇의 행동에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바보들 때문에 그는 흥분할 수 없었다.



이건 명백한 도전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까짓 로봇 부하 몇 명만 희생해서 고철로 만들어 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험난한 사막에서 특히 갱들의 세계에서 카리스마는 필수적이다. 거친 무리들을 이끄는 그들에게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는 것은 본인의 나약함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다.



이런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로봇을 부숴 버리면 나약해 보일 것이란 불안감이 들었다. 이 알 수 없는 로봇은 그런 잭슨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릴리 역시 멀리서 망원경으로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A78과 잭슨은 뭔가 컵을 이용한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도박? 진짜 도박 로봇이라 도박밖에 모르는 거야?” 소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진짜로 이겨도 녀석들이 약속을 지킬 리가 없어...!” 릴리는 얼른 건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6



“Let’s Gambling”



눈앞의 로봇은 한치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잭슨 앞 바위 건너에 앉아있었다. 사막의 차가운 바람에 A78의 기계음이 잭슨에겐 사막의 모래처럼 까칠하게 들렸다.



“대장! 나는 목이 마르다고! 이 물 마셔도 괜찮겠지?” 잭슨이 외쳤다 “멈춰!! 멍청아!”



잭슨의 부하중 한 명이 갈라진 목소리를 내며 A78 넘어 보이는 물웅덩이에 다가가려고 하였다. 그때 A78은 앉아 있는 자세에서 손에 쥐고 있던 볼트 하나를 정확하게 그 부하에게 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부하는 고목나무 부러지듯 쓰러졌다. 부하들이 어이 뭐야? 같은 반응을 보이며 부하에게 다가갔다. “뭐.. 뭐야 이거? 볼트?” 부하 주위에는 볼트가 떨어져 있었고, 그의 관자놀이에는 선명한 볼트의 조임부 자국이 보였다. 그러나 A78의 등 뒤에서, 모터가 억지로 숨을 몰아쉬듯 고음으로 울었다.



“호오... 그냥 삐쩍 마른 고철은 아니다..인건가? 하지만 모터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보니... 자주 할 수는 없구나?” 잭슨은 달빛보다 차갑게 웃으며 모니터에 머리를 모니터에 밀어 넣으며 노려보았다. 잭슨은 호기심이 생겼다. “좋아 아무래도 너는 우리가 저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에 다가가길 원하지 않는 거지? 그래서 내기를 이 나와하자고?”



“Jackpot!” A78은 마른 기계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A78은 그저 앉아 있었다. 그의 뒤에는 푸른 보름달이 비추고 있었고, 차갑지만 마른 사막의 바람이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었다. 사막의 바람 그리고 웅웅 거리는듯한 기계음과 덜그럭 거리는 약탈자들의 방어구 소리, 기분 나쁜 냄새가 날듯한 화약에 찌든 총들의 철컥거리는 소리뿐이었다.



잭슨은 말없이 로봇 바위 앞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리고 야바위를 하기 위한 컵들을 내려다보며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이 자식들아! 이 고철덩어리가 사기 치는지 잘 감시해라. 속임수를 쓰는 순간 머리에 바로 총알을 박아 넣어줄 거니까!”



총알을 박을 머리가 있으려나 몰라 같은 소리를 하며 부하들을 웃고 있었다. 하지만 부하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로봇이란 다 같이 살인과 관련된 녀석들 뿐이었기에...



잭슨은 로봇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그래 우리가 지면 물러나주지! 근데 만약에 우리가 이기면.... 물 웅덩이는 물론이고 너를 하나하나 분해해서 팔아버려도 괜찮겠지?” 잭슨의 말에 모두가 박장대소했고 위압감은 대지를 울리는 듯했다.



“Let’s Gambling” 로봇은 잭슨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무미건조한 로봇의 반응에 잭슨이 무안해질 정도였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A78은 잭슨을 고개를 한번 더 꾸벅이더니 볼트를 하나 보여주었다. 그리고 컵 아래에 볼트를 넣어두고선 카지노에서 들을법한 시끌벅적한 룰렛머신의 잭팟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리가 너무 커 부하들은 움찔하였지만 잭슨은 미동도 하지 않고 컵을 바라보았다. 게임 시작이었다.



7



달빛이 호수를 비추고 아름답게 사막을 비추고 있었다. 붉은빛이 돌던 사막은 이제 푸른빛으로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달 아래 검은 매연이 하늘을 메꾸고 있었다. 약탈자들이 타가온 바이크가 엔진음을 내며 로봇을 둘러싸고 있었다. 바이크들의 조명은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두 명의 전사가 승부를 하는듯해 보였다.



로봇은 세 개의 컵을 일렬로 늘어놓았다. 왼쪽부터 1번, 2번, 3번이었다. 볼트는 처음부터 3번 컵 아래에 놓였다. 나머지 두 개의 컵에는 그냥 돌멩이를 집어넣었다. 바위를 긁는 소리를 내며 로봇은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의 엔진 소리가 과열되자 꽤 시끄러운 소리가 났는데도 잭슨은 절대로 오른쪽 3번 컵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컵을 섞으며 3번 컵을 다시 노골적으로 오른쪽에 놨다. 심지어 철 소리가 날 정도로 대놓고 놓자 부하들은 웅성거리며 ‘오른쪽 아냐..?’, ‘아냐... 속임수가 분명해...’라며 수군거렸다.



“Let’s Gambling” 로봇은 잭슨을 향해 고개를 까딱 거리고 두 손을 머리 위로 가볍게 올렸다. 본인은 절대로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는 듯이 쏠려면 바로 쏘라고 하는듯해 보였다.



잭슨은 당황하고 있었다. 당연히 속임수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 로봇이 정말 바보 같이 오른쪽에 놔뒀을 수도 있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모니터 화면을 보자 잭슨은 더욱더 혀를 차기 시작했다. 어차피 물은 이미 몇 달 버틸정도로 충분했지만 그의 유희로 약탈을 나갔다가 이상한 일에 휘말리자 부아가 더 치밀어 올랐다.



그가 만난 사막의 로봇들은 감정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아무리 고도로 만들어졌어도 그들은 결여되어 있는 존재들이었고, 오히려 인간보다 이기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인간들을 기만하는 존재 들이였다. 그러나 이 로봇은 뭔가 달랐다. 조금은 인간의 감정이 있는 거 같았다. 정말로 정직하게 했을까?



그는 평생 사막에서 살아오며 많은 로봇들을 보았다. 대부분은 살인 기계이자 구 시대의 재앙들이었고 그도 그의 아버지를 로봇에게 잃었기에 로봇에 대한 증오는 굉장히 컸다. 그는 결국 허리춤의 숏배럴 샷건으로 로봇의 모니터를 겨눴다.



“하아.... 하아...” 그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로봇을 죽일 듯이 노려 보았다. 그러나 로봇은 그를 응시하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그의 과거를 들여다보듯... 그때 바람이 불자 불규칙한 바위 위에 놓인 컵들 안쪽에 바람이 들어가 안쪽에 있는 물건들이 살짝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를 잭슨은 놓치지 않았다. 첫 번째 컵에서 살짝 더 금속음이 들린듯했다. 역시 로봇들은 속임수만 쓴다는 확신과 함께 그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부하들은 당황하며 따라 웃기 시작했다.



“다들 닥치라고 했지!!”



잭슨은 다시 고함을 지르자 다시 분위기는 얼어버렸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가 로봇에게 고함을 쳤다. 마치 이 로봇을 보면 본인의 아버지가 피 흘리는 장면을 계속 회상하게 되는 거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의 피비린내 나는 과거일지도 모른다.



“역시 너네들은 고철일 뿐이야!!! 인간을 무시하지 말라고!!!!!”



그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기분 나쁘게 웃어 보였다. 그의 더러워진 영혼을 들킨 것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숏배럴 샷건으로 첫 번째 컵 즉 가장 왼쪽에 있는 1번 컵을 밀어내었다. 달빛이 컵의 그림자 안쪽을 비추며 조금씩 컵 안쪽이 보였다. 그의 비열한 웃음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부하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왜 저 컵을 고른 거지..?’



“Jackpot!”



로봇은 3번 컵을 들어 올리며 컵 안쪽에 있는 볼트를 보여주었다. 바람에 볼트는 작은 금속음을 내며 달그락 거렸다. 이미 그들에게 가까워진 릴리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속으로 소리쳤다.



‘이겼어!’



8



잭슨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일그러졌다. 머릿속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저 성능이 안 좋은 로봇의 도박이었던 거 같았다. 그저 로봇의 속임수였을까 그의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할 때 갑자기 헛... 이라며 눈이 멍해졌다



아버지... 잭슨의 영웅이자 어릴 적 그의 유일한 트라우마 그가 로봇들의 공격에 휘말려 그의 앞에서 벌집이 되는 것을 그는 다시 생생히 떠올렸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앉아있는 로봇에게 총을 들이밀었다.



“빌어먹을!!!!!!”



그때였다



퍽!



잭슨의 턱이 돌아가고 금발의 소녀가 원피스 위에 코트를 입고 거대한 부츠로 그의 턱을 돌리고 있었다. 투박한 몸집이었지만 사막에서 혼자 살아남은 그녀의 몸짓에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턱을 돌렸다.



잭슨은 기절하듯이 쓰러지고 주위 부하들이 ‘두목!!’이라면서 소리치고 ‘빌어먹을 마녀!’라며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그때 부하들의 무리에서 장발에 보라색 머리를 한 남자가 튀어나와 잭슨을 어깨에 들쳐 매고 손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멈췄다. 그는 잭슨의 오른팔이자 크리피 페이스의 또 다른 행동대장 퍼플헤어였다.



릴리는 속으로는 경악했지만 부서진 선글라스에서 보이는 푸른 한쪽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로봇 앞에서 그녀는 부츠를 바위 앞에서 소리 나게 내리치며 말했다. 부츠의 앞부분은 철이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강렬한 금속음을 내며 불꽃을 조금씩 튀기고 있었다.



“너네가 졌어” 릴리는 낮지만 위협적인 목소리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소녀와 로봇 뒤에서 달빛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퍼플헤어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막의 마녀인가... 여기서 보다니 모두 물러나자... 마녀와 엮이면 재앙을 몰고 올 뿐이지.. 쯧”



기적적으로 그 많던 무리들은 물러가고 있었다. 릴리는 조금씩 손을 떨고 있었다.



‘내가... 지켰어...’



그때 로봇이 일어나고 로봇은 오늘 석양에서 본듯한 일을 다시 겪었다. 빛의 반사율이 유난히 높게 그녀의 표정에서 느껴진것이다.



릴리는 씩 웃으며 말했다.



“돌아가자”